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는 그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김해공항 확장으로는 허브공항 역할을 못한다며 입지 문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음 문제로 심야에 비행기 이착륙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현 정부의 실세로 통하는 김 후보의 김해공항 불가론이 가지는 현실적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같은 당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는 아예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공약으로 내걸기까지 했다. 사정이 이쯤 되자 대구·경북 지역 광역단체장 후보 진영에서도 밀양 신공항 재추진 문제를 다시 거론할 태세다. 자칫 두 차례의 신공항 백지화 과정에서 봤던 극심한 지역갈등이 되풀이될까 걱정스럽다.
동남권 신공항은 숱한 논란 끝에 2016년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 난 사안이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2009년 밀양과 가덕도 두 곳의 후보지까지 결정했으나 두 곳 모두 경제적 타당성 부족으로 백지화됐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공약으로 제시하고 재추진했으나 결국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냈다.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날 당시 영남권 5개 광역지방자치단체는 더 이상 문제 제기를 하지 않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이런 사정을 모를 턱이 없는 집권당의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신공항 문제를 재차 끄집어내는 것은 득표를 겨냥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 아닐 수 없다. 공항 같은 대형 국책사업의 경우 단체장 후보의 의지가 아닌 경제성을 근거로 추진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구나 현 정부는 SOC 투자를 정책 우선순위에 두고 있지도 않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유권자를 상대로 한 희망고문을 멈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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