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산업에 기여하는 사람들보다 이론을 만들고 학문에 기여하는 사람들에게 가치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문제 해결사를 길러내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1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8’에서 ‘새로운 인재공급 체인 구축을 위한 대학혁신’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 번째 세션의 패널 토론에 참석한 박형주 아주대 총장은 “대학은 문제 해결사를 길러내는 쪽으로 가치 체계를 바꾸고 이를 학사제도와 교수평가제도 속에 녹여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대학 관계자들은 작금의 한국 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호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는 “학부 때 학점 좋은 학생들이 대학원에서는 오히려 역량이 떨어진다”며 “대학원에서는 새로운 주제를 떠올리고 그에 맞춰 연구를 설계해야 하는데 정답을 맞히는 훈련만 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변화한 시대에 걸맞은 미래 인재를 길러내려면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박 총장은 “예전에는 기업의 말단 직원은 자신이 지시받는 업무의 배경이나 옆 팀에서 하는 일을 알 필요가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이해하고 전략을 짜서 인공지능(AI)이나 로봇을 이용해 일해야 한다”며 “즉 말단 직원이라도 전체적인 전략을 짜는 중간 매니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일부 대학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정보기술(IT)과 게임 업계에서 성공한 졸업생의 공통점은 수업에 들어오지 않고 동아리만 했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사례를 참고해 IT나 코딩 등을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동아리 학점제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유 총장은 국민대가 동아리 활동에 최대 9학점까지 부여하기로 했다면서 “이미 몇 개의 단과대학에서 실행에 옮긴 결과 좋은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패널들은 대학이 변화하려면 전사회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며 청중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유 총장은 “대학에서 무엇을 고치려 하다가 갈등이 생기면 감독기관의 조사를 받거나 국정감사에도 거론되는 등 변화가 녹록지 않다”며 “여기 계신 분들이 대학 변화의 필요성을 많이 숙지하고 계속해서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