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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비정규직 제로 선언 1년] "직무급 수용못해" 고임금 고집...노조 이기주의에 더 꼬인 정규직화

■인천공항공사 가보니

기존 용역 2020년까지 전환 추진에

노조 "당장 해지" 압박해 분쟁 불씨

勞 눈치에 정부는 소극 대응 급급

노동硏 "자회사 설립은 비효율적"

문재인 정부의 첫 약속인 인천공항의 정규직화 선언 1년을 하루 앞둔 1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직원들이 근무를 하고 있다./영종도=권욱기자




딱 1년 전인 2017년 5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뒤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았다. 그는 이날 “상시·지속적 업무, 생명·안전 관련 업무는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며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 부처는 올 하반기 내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에 대해 전면 실태조사하고 비정규직 문제 해소를 위한 로드맵을 작성할 것”을 지시했다. 비정규직 제로화의 첫 선언이었다.

대통령의 지시에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신속히 움직였다. 공사는 지난 해 12월26일 협력사 비정규직 근로자 1만 명 가운데 소방대와 보안검색 분야를 맡는 3,000여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나머지 비정규직 7,000여 명은 자회사 2곳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2001년 공사 창립 당시 “아웃소싱 활성화로 재무구조를 효율화하겠다”던 인천공항이 17년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을 위한 실질적 합의는 아직까지 난항을 겪으며 “비정규직 제로화의 시금석”이라는 노동계의 평가가 무색해지고 있다. 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노조가 유리한 쪽으로만 고집하기 때문이다.

우선 노조는 공사가 제안한 정부의 직무급 표준임금체계를 따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등이 지난 해 내놓은 청소와 경비, 조리와 사무보조 등 5개 직종에 적용되는 임금체계를 보면 급여가 가장 낮고 단순한 1급 직무(청소 등)에선 1단계의 월급이 157만원이다. 15년을 일하면 처음보다 10% 정도 월급이 올라간다. 가장 높은 7급 직무는 1단계 205만원에서 차츰 올라가 15년 을 일하면 246만원을 받게 된다. 직종별로 임금에 차등을 두고 연차에 따라 큰 편차가 나던 것을 대폭 없앴지만 노조는 “저임금이 고착화된다”며 반대한다. 정규직 전환 공공기관에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게 정부지침이지만 노조는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더라도 호봉제가 가능하다”며 “정규직 전환 뒤에도 기존 경력을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62개에 달하는 인천공항 용역회사와의 계약 유지도 문제삼고 있다. 공사측은 최대 2020년까지인 기존 용역 계약이 만료된 뒤 이들 회사 소속 근로자를 인천공항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당장 해지를 요구하고 있다. 조속한 기존 계약 해지는 지난 해 노사 합의안에도 담긴 내용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는 공공기관별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에 시달릴 것을 감안해 기존 용역 계약은 최대한 존중하라는 소극적인 지침만 내린 상태다.

인천공항측도 연간 이윤의 30%를 보상금격으로 주고 일부 용역업체와 합의해 계약을 해지했지만 계약 유지를 요구하는 42개 업체는 용역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노조는 “용역 업체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증거·증언을 확보해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용역업체들 역시 비상대책 협의회를 조직해 향후 단체 소송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비 용역업체 대표는 “갑작스럽게 비정규직 제로화를 외치며 계약 축소·해지를 통보하면서 휴·폐업을 고려하는 업체도 상당수”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노사 갈등으로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는 가운데 국책연구소에선 공공기관별로 자회사를 만들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경영상 비효율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노동연구원은 ‘공공기관 자회사 설립 및 운영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청소·경비 등 분야에서 공공기관별로 일일이 자회사를 만들어 정규직 전환을 하면 자회사들의 업무가 중복돼 공공부문 전반의 비효율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노동연구원은 “청소·경비 같은 유사 기능을 한 데 묶어 통합 공단·공사를 설립해 각 기관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수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제안했다.

정부에서 너무 서둘러 비정규직 제로화를 추진하면서 이 같은 문제를 미처 검토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많다.
/세종=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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