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방송된 tvN 새 토일드라마 ‘무법변호사’(극본 윤현호, 연출 김진민)에서는 두 변호사 봉상필(이준기 분)과 하재이(서예지 분)가 기성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게 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두 사람은 모두 강렬하게 등장했다. 봉상필은 비리경찰이 뇌물을 받는 장면을 직접 만들어내며 “단속을 빌미로 뇌물을 요구해왔다는 증거”라며 “제 고객님께서 흘린 눈물을 돈으로 바꿔드리겠다”고 말했다. 조직 두목인 외삼촌에게 키워진 그가 어떤 스타일로 변호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
하재이도 기존 변호사와는 달랐다. 부당하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자신을 여성이라고 무시하는 판사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변호사 자격정지 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폭행 사실은 뉘우치고 있지만 분명히 오판이었고 일말의 후회 없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봉상필과 하재이는 사채 빚으로 얽혔다. 봉상필이 접수한 조폭 사무실에서 하재이의 아버지가 돈을 빌려쓴 것. 봉상필은 하재이에게 “법을 알아야 법을 어길 수 있다”고 나름의 철학을 드러내며 “사무장으로 일해서 아버지 빚 갚아라”고 제안했다. 하재이는 “딱 아빠 채무 금액만큼만 일 하겠다”며 봉상필과의 협업을 시작했다.
이처럼 ‘무법변호사’는 1회부터 빠른 전개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단편적인 사건들로 봉상필과 하재이의 캐릭터를 설명하고는 바로 기성에서 만나게 했다. 또한 법을 지키는 것이 아닌 이기겠다는 인물들의 소신과 실제로 법만큼이나 행동으로 ‘사이다’를 보여주는 행보가 몰입도를 높였다.
이를 뒷받침한 것이 배우들의 연기였다. 이준기는 하드캐리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가운데서 단단히 중심을 잡았다. 능글맞은 모습부터 과거 아픔을 가진 어두운 모습까지 자유자재로 오가며 이야기를 이끌었다. 서예지도 강단 있는 변호사로서 이준기와 함께 가볍지 않은 연기를 선보였다.
이혜영과 최민수의 존재감도 대단했다. 이혜영과 최민수는 각각 한 장면에만 출연했음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방송에서 이혜영은 판사로서 공명정대한 판결을 내리는 듯 보였지만 앞서 악역 연기를 예고한 만큼 어떤 반전을 보여줄지 기대케 했다. 최민수는 과거 조폭에서 기업 회장님이 되기까지 남다른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김진민 PD는 이 같은 배우들의 열연을 살릴 수 있도록 세련된 연출을 선보였다. 안개가 잔뜩 낀 기성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부터 박진감 넘치는 액션신까지 능숙했다. 2007년 ‘개와 늑대의 시간’ 이후 이준기와 11년 만에 만난 김진민 PD가 또 한 번의 웰메이드 장르물을 완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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