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구인·구직회사에 이직 신청을 내는 은행 종사자가 지난 1년 사이 20~30%가량 증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인력부족에 따른 구인난으로 이직이 전반적으로 늘고 있지만 은행업에서 유독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일본 구인·구직회사 ‘퍼솔’에 이직을 신청한 은행원 수는 전년 대비 19% 늘어 전체 이직 증가율(6%)을 크게 웃돌았다. 또 다른 채용 정보사인 ‘리크루트커리어’에 올라온 은행원 출신 이직 희망자도 같은 기간 33% 늘어 전체 증가율(28%)을 넘어섰다. 신문에 따르면 현재 이직 상담을 진행 중인 은행원은 업계 전반에서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리크루트커리어에 따르면 지난해 이직에 성공한 은행원 수는 리먼브러더스 위기가 발생했던 2009년 대비 4.6배에 달했다. 특히 이 가운데 30%는 대형은행 출신으로 조사됐다.
은행원들의 이직률이 특히 높아진 것은 핀테크(정보기술을 접목한 금융사) 사업이 인기를 끌면서 이직 동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높은 보수와 인지도를 중시해 대형은행에 취업했던 젊은이들 사이에서 핀테크 등 신규 업종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면서 이직이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이직 업종 분야도 다양해졌다. 2009년 당시에는 은행 이직자의 48%가 금융업종 내에서 직장을 구했지만 지난해에는 금융업 이직 비율이 29%로 떨어졌다. 대신 건설·부동산·컨설팅 등 다양한 업종으로 이직 분야가 넓어졌다.
여기에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의 인력 대체가 확산되고 은행원들이 구조조정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부추겼다는 평가다.
신문은 “일본 이직시장은 서구와 비교해 여전히 미미하다”며 “은행원의 이직이 잦아질수록 일본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은행업과 비교해 타 업종의 연봉이 낮은 점이 은행원들의 이직을 가로막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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