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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축제 현장 가보니] 술술 새는 규제…대학축제 여전히 '술판'

국세청·교육부 판매금지 제동걸자

대학가 편의점서 구매·배달 늘어

학과 부스별 공짜로 나눠주기도

"분위기만 죽고 실효성 없어" 지적

성균관대 축제기간 캠퍼스 안에 마련된 테이블 위에 술병과 안주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오지현기자




지난주 기자가 찾은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축제 현장. 나뒹구는 술병과 푸드트럭이 뿜어내는 매캐한 연기가 가득했다. 수도권 대다수 대학이 교육부 공문에 따라 ‘술 없는 대학축제’를 선언했다지만 거나한 술판이 벌어진 이 학교 캠퍼스 모습은 여느 대학 축제와 다르지 않았다. 학교 내에서만 판매를 금지했을 뿐 학생들은 여전히 술을 외부에서 사서 들어왔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지난 1일 교육부를 통해 ‘대학생 주류 판매 관련 주세법령 준수 안내 협조’ 공문을 각 대학에 보냈다. 주류 판매업 면허를 받지 않고 주류를 판매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주세법을 준수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각 대학교 총학생회는 부랴부랴 축제 부스에서의 주류 판매를 금지했다.

하지만 외부에서 자체 소비를 위해 구입한 술이나 무료로 제공하는 술은 제외됐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밖에서 사오는 게 번거로워졌을 뿐 술을 마시는 것은 똑같다”는 입장이다. 페트병 맥주를 짝으로 실은 배달 오토바이도 끊임없이 학교를 들락거렸다. 학생들은 편의점에서 구매한 맥주캔이 가득 든 비닐봉지와 푸드트럭에서 구입한 닭꼬치를 손에 들고 축제를 즐겼다.

아예 공짜로 술을 나눠주기도 했다. 예술대학, 사회학과 등에서는 학과 부스를 세우고 소속 학생들에게 무료로 술과 안주를 제공했다. 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의 술과 요리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주세법과 식품위생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서다.

10일 서울 성균관대학교 축제에서 개시를 준비하고 있는 주점 테이블 위로 술병들이 놓여져 있다./오지현기자




아이러니하게 대학가 편의점이 때 아닌 호황을 맞았다. 성대 앞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A씨는 “(학교 축제가 열린) 어제오늘 눈코 뜰 새 없었다”면서 “체감상 평소의 3~4배 정도 술이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이번 대학 축제 기간 주류 매출은 급증했다. 서울 시내 주요 대학 인근 편의점 10여 개 점포의 매출을 비교한 결과 지난 9~ 10일 주류 매출이 전주보다 적게는 12%, 많게는 53%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학교 근처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B씨는 “학기 중에는 저녁 시간대에 주로 주류가 판매되었는데 축제 기간에는 점심시간부터 주류를 찾는 학생이 많다”며 “특히 맥주는 전주 보다 30% 이상 매출이 올라 상품의 진열을 늘렸다”라고 말했다.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술과 음식을 판매하려다 급하게 의류를 판매하는 ‘플리마켓’을 준비했다는 박지수(25)씨는 “사람도 덜 오고 확실히 축제가 활기를 잃었다. 또 주점을 준비하며 학과 구성원들이 함께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아쉽다”며 “사실 술 먹고 싶으면 편의점에 가면 되는 거라서 필요성에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번 주를 기점으로 대학 축제는 정점을 맞는다. 축제를 앞두고 있는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홍익대 등도 잇따라 주류 판매 금지 방침을 밝힌 상태다.

/오지현·허세민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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