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방법론을 보면 미국은 ‘선(先) 사찰 후(後) 폐쇄’ 원칙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백악관은 북한의 풍계리 폐쇄 발표에 “환영한다”면서도 “국제전문가들에 의한 사찰 및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는 것이 핵심조치”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 개발 수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후 폐쇄가 돼야지, 덮어놓고 폐쇄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은 풍계리 핵 실험장뿐 아니라 북한 각지에 퍼져 있는 핵 개발 시설에 대해서도 사찰 후 폐쇄 원칙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과정은 북한이 자국 내 △핵 물질 △핵 무기 △핵 시설 △핵 기술 △핵 연구원 등의 현황을 담은 ‘최초 신고서’를 미국에 전달하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를 자국 및 국제사회가 파악하고 있는 북한 핵 현황과 비교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랜드연구소 등을 인용한 것에 따르면 북한은 20~60개의 핵탄두를 제조했고 40~100개의 핵 시설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북한의 최초 신고서와 미국이 파악한 핵 현황이 다를 가능성도 높다. 이때는 미국이 ‘불시 특별사찰’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 요구를 거부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했으며 2007~2008년에도 “신고한 지역만 사찰하라”며 특별사찰에 거북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특별사찰에 대해 큰 틀에서 수용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찰 주체도 관심거리다. 미국은 IAEA뿐 아니라 자국 및 국제사회 전문가 사찰을 원하고 있다. IAEA는 활용 가용한 인원이 300명인데 북한의 핵 규모에 비하면 부족하고 IAEA 규정상 북한이 신고한 시설만 사찰하고 군사기지를 사찰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미국은 북한 핵 시설이 대부분 군사기지 내에 있다는 점을 들어 군사기지의 ‘속살’을 사찰하겠다고 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 반감이 강한 북한 군부가 이를 반길 리 없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