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 보여준 모습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 지난달과 이달 40일 넘게 임시국회가 열리는 동안 통과된 법안은 전무하다. 5월 국회에서는 지난주까지 본회의건 상임위원회건 단 한 번의 회의도 열린 적이 없다. 그 사이 무려 9,557건에 달하는 법률안이 국회에서 발이 묶인 상황이다. 국회의원들은 이 같은 직무유기에도 지난달 총 30억원이 넘는 세비를 챙겨갔다. 챙기라는 민생은 외면하면서 국민의 혈세로 지급되는 세비는 꼬박꼬박 받아가니 ‘세금 도둑’이라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나마 여야가 18일 특별검사와 추가경정예산을 동시 처리하는 방식으로 뒤늦게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여야의 ‘깜도 안 되는’ 또는 ‘뚫린 입’이라는 막말 전쟁에서, 한반도 운명이 걸린 북핵 이슈에 초당적으로 대응하기보다 각 당의 이해타산으로 몰고 가는 정치권의 작태에서 무슨 덧셈의 정치가 나오고 타협의 미학이 등장할 수 있겠나. 오히려 국민들의 정치 혐오만 더 키울 우려가 크다. 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안 남았지만 아무도 관심 없는 그들만의 행사로 전락한 것 또한 정치권이 자초한 일이다.
정당이 정국 주도권을 놓고 다투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이어야 한다. 여야는 이제 밤을 세워서라도 경제활성화법 등 산적한 민생법안의 처리를 위해 전력투구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못하겠다면 세비 받을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의원들에게도 당연히 적용돼야 하는 게 아닌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