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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예루살렘은 우리 수도"...현대판 종교전쟁 유혈충돌 수십명 숨져

[이스라엘 美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이방카·므누신 등 개관식 참석

이 네타냐후 "트럼프 대통령에 감사"

팔 하마스 "순교자 100만 보낼 것"

시위대 최소 37명사망...918명 부상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14일(현지시간)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접경지대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다 유혈사태가 발생하면서 사상자들이 들것에 실려 옮겨지고 있다 . /가자지구=AFP연합뉴스


미국이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면서 중동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이스라엘 건국 기념일인 이날부터 3차 중동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15일 ‘대재앙의 날’까지 양일간 대규모 반이스라엘 시위를 예고하고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도 이슬람교도에게 미국에 맞설 것을 주문하면서 결국 이스라엘군과 충돌하며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미 정부는 이날 오후 예루살렘 남부 아르노나에 위치한 기존 영사관 건물에서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 개관식을 진행했다. 미국 측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와 재러드 쿠슈너 부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이 참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개관 전날 연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며 “예루살렘은 영원히 우리 수도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 정부는 서예루살렘과 동예루살렘을 잇는 관광 케이블카 설치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예루살렘을 자국 수도로 못 박았다.



팔레스타인 측은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의 수도”임을 거듭 천명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이 미래 독립국가의 수도로 점 찍어둔 곳으로 이·팔 분쟁 해결을 위한 ‘2국가 해법’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13일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사관 이주 결정은 국제법을 무시한 무자비한 태도”라며 “이는 미국이 ‘2국가 해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주도해온 시대의 종말을 의미하는 동시에 종교 분쟁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팔레스타인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일방적 태도에 반발해 지난 3월 말부터 벌여온 반이스라엘 시위도 격화되며 돌팔매질과 총격이 오가는 유혈충돌이 빚어졌다. 이날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접경지대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 38명이 숨지고 918명이 부상을 당했다. 시위에 앞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지도자 마무드 자하르는 “100만명의 순교자를 보낼 것”이라며 14~15일 대규모 시위를 벌일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알카에다 수장인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미 대사관 이전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현대판 십자군 전쟁을 하겠다는 진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미 항전을 주문했다.

미국의 대사관 이전으로 국제적 합의가 깨지면서 국제사회도 긴장하고 있다. 이날 개관식에는 미국을 따라 대사관을 옮길 예정인 과테말라·파라과이를 비롯해 헝가리·루마니아·체코 등이 참석 의사를 밝힌 반면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대표단은 대거 불참했다. 특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3일 BBC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중동 지역을 두려움으로 밀어 넣고 있다”면서 “미국은 이번 행동으로 동맹국들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내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미국의 진보적 친이스라엘 단체 J스트리트의 제러미 벤아미 회장은 “백악관이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증진보다 소수 강경론자들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며 “대사관 이전이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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