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 SR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채용비리 피해자가 “공공기관만이라도 ‘금수저 비리’를 근절해 달라”고 호소했다.
14일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경찰 브리핑에 참석한 박모(28)씨는 “채용비리에 밀린 걸 알고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며 “아무리 열심히 해서 시험을 보고 정당하게 면접을 봐도 금수저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자녀는 이길 수가 없구나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지난 2016년 7월 에스알 채용에 응시한 박씨는 경력 요건을 맞추기 위해 유관기관에서 3년을 근무하는 등 SR 입사에 많은 자원을 투자했다. 면접 당시에도 이 같은 노력을 인정 받아 ‘우리가 원하는 인재상과 비슷하다’, ‘와 줘서 고맙다’는 말을 듣고 크게 기대했지만 뜻밖의 고배를 마셨다. 함께 들어간 지원자가 면접자의 모든 질문에 ‘아버지가 현직 코레일 철도기관사’라고 답한 게 마음에 걸렸다. 박씨에게는 다른 회사의 건설이념에 대해 묻는 등 에스알과 상관 없어 보이는 질문이 이어졌다.
경찰 수사 결과 5등으로 최종합격 대상이었던 박씨는 15등이었던 코레일 직원의 자녀에 밀려 탈락했다. SR 전 영업본부장 김모(58)씨가 채용 청탁을 받고 면접 점수를 조작해 준 것이다. 코레일은 SR의 최대 주주다.
경찰은 이날 박씨의 사례와 같이 SR에 부정 채용된 신입·경력직이 총 24명이며, 이들 중 23명은 코레일과 SR의 전·현직 임직원 자녀라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의 채용을 도운 대표이사 등 임직원 13명은 검찰 송치를 앞두고 있다.
박씨는 현재 철도산업과 관련된 회사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2년 전 정당하게 채용돼 합격했더라면 삶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피해자 구제가 확실히 이루어지기 바라고 앞으로는 공공기관만이라도 이런 일이 없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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