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본인이 스스로 개척하는 것”
평범하지만 매 작품마다 잘 녹아드는 배우 박성훈은 11년째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그의 장점은 쓸 데 없는 겉 멋 들지 않고 차분하게 배우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 스스로는 ‘평범한 얼굴을 지닌 흔한 배우’라고 소개했지만, ‘평범함’은 그의 장점이자 매력 포인트였다.
“두드러지게 개성 있게 생기거나, 대단하게 잘 생긴 얼굴은 아니에요. 흔한 얼굴이라고 해야 하나. 부담감이 없는 느낌은 있어요. 처음 보고 딱히 인상에 남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겠지만 전 그 점이 장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한 박성훈은 2013년 드라마 ‘잘났어 정말’을 시작으로 ‘육룡이 나르샤’ ‘질투의 화신’ ‘조작’ ‘매드독’ ‘흑기사’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통해 대중과 만났다. 2010년 연극 ‘옥탑방 고양이’부터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모범생들’, ‘유도소년’ ‘웃음의 대학,’ ‘올모스트 메인’ 등을 통해 생생한 무대의 매력에 빠지기도 했다.
데뷔 11년째인 2018년 공포영화 ‘곤지암‘의 주역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박성훈을 만났다. ‘호러 타임즈’의 메인 카메라 담당 ‘성훈’으로 열연한 박성훈은 “‘곤지암’은 매체 연기에서 희열을 느낀 작품으로 기억될 듯 하다”고 벅찬 소감을 털어놨다.
260만 관객을 불러 모은 공포 영화로 흥행과 작품성에서 인정 받은 이번 영화에서 그는 촬영과 연기 모두에 집중하며 “한 장면 한 장면을 소화해내면서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무엇보다 ‘곤지암’ 속 성훈 역을 설명하기 위해 반복해서 써 져 있던 지문은 ‘사람 좋은 미소’ 였다. 그 지문 그대로 성훈은 행복한 미소와 함께 영화 촬영을 이어갔다고 했다.
“이번 영화 특성상 컷 별로 한신 한신 연극 하듯이 찍었어요. 화면에 어떻게 담아야 하는지 동선을 정확하게 체크했거든요. NG가 나면 처음부터 반복해서 촬영이 진행 됐어요. 카메라가 돌면 모든 스태프가 숨어있어서 보이지 않아요. 저희 멤버들끼리 집중해서 찍을 수 있었죠. 연기와 촬영을 한꺼번에 해야 해서, 촬영할 때 어려움이 있었지만 일정 기간 몸에 익으면서 집중해서 찍는 데 도움이 됐어요. 특별한 경험이었죠.”
박성훈의 11년 연기 인생은 순탄하지 못했다. 2008년 영화 ‘쌍화점’ 이후 작품과의 인연이 없었다. 아니 오디션을 볼 기회조차 오지 않았다. 무대 위에서 마음껏 연기하고 싶었던 그를 알아주는 곳은 없었다. 약 3년간의 공백기가 흘렀다. 이후 2011년 기회가 왔다. 바로 연극 ‘밍크고래는 소화불량이다’(이하 ‘밍크고래)를 만나게 된 것. 그는 “’밍크고래‘를 했던 시기가 인생의 봄날이었다”고 말하기도.
“연기가 너무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했다. ’내가 배우가 되려는 사람이 맞나? 연기가 하고 싶은 사람인가? 그냥 아르바이트만 하는 백수는 아닌가?‘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다. 그때 ‘밍크고래’란 연극을 만났는데,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좋았어요. 돈 한 푼 받지 않고 했던 작품이었는데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제가 얼마나 연기를 하고 싶어하고 좋아하는지 알게 된 작품이니까요. 이렇게 연기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해요. ”
현재 성훈은 지난 9일 첫 방송된 MBN 드라마 ’리치맨‘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2012년 후지TV에서 방영된 일본 최고 인기드라마 ‘리치맨 푸어우언’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EXO 수호(김준면), 하연수, 오창석, 김예원과 함께 출연 중이다.
박성훈은 ‘리치맨’에서 작품의 주요한 배경이 되는 게임 회사 넥스트인의 프로그래머 ‘차도진’을 연기한다. 차도진은 대학 시절 만든 모바일 게임이 대박나면서 회사에 특채 합격한 인재로 명석한 두뇌는 물론, 수려한 외모가 매력적인 ‘뇌섹남’이다.
“성격은 허세도 부리고 바람기도 있는데 밉지는 않은 인물이다. 극 중에 유찬(김준면 분)에게 열등감이 있는 역할이기도 해요. 리치맨 할 때 감독님이 절 믿어주셔서, 대본에 없는 것도 시도할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풍부하게 인물을 표현해 볼 수 있는 작업 환경을 조성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 중입니다.”
인간 박성훈이 매력적인 점은 삶을 ‘운’에 맡기지 않는다는 점. “삶은 본인이 개척하는 것”이라고 믿으며 성실하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백화점 의류판매사원부터 패스트푸드점, 바텐더, 전단지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 이력도 지녔다. 본인의 용돈은 스스로 책임지고 싶었기 때문에 선택한 일들이다. 자신이 선택한 배우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는 이의 모습이었다.
“연기를 한다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손 벌리면서 생활하고 싶진 않다. 부모님이 정직하게 살아오신 걸 보면서 나 역시 많은 걸 배웠다. 늘 꿈꾸는 건 믿고 보는 배우, 공감 가는 배우이다. 저 배우가 맡으면 어떤 역할이든 공감 간다는 말을 들으면 행복하다. 저 사람이 왜 저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 이해할 수 있게 연기를 했다는 뜻이니까. 그런 배우가 되기 위해서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못되고 오만한 마음을 가지고 선한 연기를 하는 건 힘들지 않나. 평범하지만 공감 가는 배우 박성훈으로 기억될 수 있게 꾸준히 걸어가고 싶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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