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기술적 검증은 핵실험장 폐기 이후에 뒤따라야 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대담에서 “이번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기 의식은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하겠다는 ‘정치적 선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핵 폐기는 단순히 핵실험장의 터널을 폭파하고 빌딩을 폐쇄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작업을 필요로 한다”며 “따라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북한이 이행하려는 비핵화가 무엇인지, 어느 지역에서 핵 폐기가 이뤄질 것인지 등을 결정하고, 이때 비핵화 검증을 위해 많은 기술적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국제기구를 초청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만약 IAEA와 같은 검증 기관이 북한에 간다면 정확히 역할이 무엇인지, 그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기술적 정보를 북한으로부터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현장 검증(핵실험장 폐기 행사) 기간에 그 일을 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번에 중요한 것은 핵실험장의 터널을 폭파해 폐쇄하는 것이고, 핵실험장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이는 나중에 IAEA가 검증하면 되는 것이다. 국제기구가 북한과 합의문을 원한다면 사전에 북한이 어떤 정보를 제공하고 문서에 담을 것인지를 서로 동의해야 하는데, 아직은 이르다”라고 설명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핵실험장 폐기 행사는) 정치적 행위일 뿐이고, 이후에 영구적 폐쇄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며 “핵실험장이 폐쇄되더라도 오랜 시간을 두고 감시하고 기술적으로 검증해야 할 과정이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어 “풍계리가 북한의 유일한 핵실험장이고, 다른 곳에 건설 중이거나 존재하는 핵실험장은 없다는 것이 비핵화의 정의가 돼야 할 것”이라며 “단순히 핵실험장의 폐쇄가 아니라 핵실험장의 해체가 돼야 하는데, 여기에는 핵실험장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는 동의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RFA에 따르면 코리 가드너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 담당 소위원장은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를) 검증할 사찰단이 현장에 있어야 한다”라며 “실제로 핵실험장을 폐기했는지에 대한 증거도 필요하다. 이것은 비핵화 사찰이 이뤄질 때 반드시 행해지는 조치들”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가드너 위원장은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 예고는 신의의 표시일 수 있지만 만일 예전의 핵실험으로 이미 붕괴해 더는 사용할 수 없는 곳이라면 이번 폐기가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주환 인턴기자 juju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