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원연)이 매각한 방사능 오염 핵폐기물의 소재 및 매각 경로를 정부가 구체적으로 밝히고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전 ‘라돈침대’에 이어 생활용품과 건축자재 등에도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와 대전 시민들은 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원자력연구원 핵폐기물 불법매각 규탄 및 범정부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단체는 “2008년부터 3년간 각종 우라늄 시설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구리 전선 5.2톤이 고물상에 팔려나갔고 화학물질 분리에 사용한 오염된 금 2.4kg은 사라졌다”며 “2010년에는 다 해체했다고 발표한 핵물질 80kg이 엉뚱한 창고에서 발견된 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물로 재사용됐다면 640명의 아기 돌반지나 의료용으로, 빌라나 학교 건축자재로 쓰였을 수 있다”며 “온 국민이 방사능 침대에 이어 방사능 반지와 집, 도로에 노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전시민 안옥례씨는 “원연은 지난해 핵폐기물 무단 투기가 문제되자 ‘두 번 다시 이런 일 없겠다’고 했지만 또 다시 핵폐기물을 무단 매각했다”며 “방사능 침대는 브랜드를 피하면 된다지만 없어진 금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아이들 돌 반지와 치과 금니까지 방사능 조사를 해야 할 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허영구 AWC한국위원회 대표는 “원자력을 연구하는 원연이 정작 핵연료와 핵 폐기에 대해 둔감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온다”며 “핵이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라는 인식을 퍼뜨려 핵 위험성에 둔감해지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정부가 직접 전국 핵 폐기물량 전수조사 및 책임자 처벌에 나서달라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지난 8일 대전MBC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연구용 원자로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오염된 냉각수와 납 벽돌, 전선 등 일부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보관량과 발생기록 간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2009년 우라늄 시설 해체 도중 폐기물 일부가 사라진 의혹에 대해서도 “해체 주관업체 직원들이 구리가 포함된 전선류 일부(5.2톤)를 재활용업체에 매각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금 2.4kg은 소재가 불명확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