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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강원도 원주] 출렁다리·뮤지엄산...그곳에 가면 TV속 주인공이 된다

■소금산 출렁다리

뉴스 단골손님·무한도전에도 등장

궂은 날씨에도 발디딜 틈 없이 북적

■오크밸리 뮤지엄산

세계적 건축가 日 안도 타다오 작품

공유 나오는 커피CF 찰영지로 인기

폭우에 우박이 쏟아지는 날씨에도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를 찾는 인파들이 줄을 잇고 있다.




밖으로 나서자 맑게 갰던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었다. 정부가 국내 여행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테마상품인 ‘TV 속 여행지’ 코스를 따라 강원도 원주로 향했다. 첫 번째 코스는 소금산 출렁다리였다. 출렁다리는 드라마에 나온 적은 없지만 설치 후 인파가 몰리면서 뉴스에 여러 번 나왔던 곳이다. 소금산은 작은 금강산이라는 뜻으로 출렁다리 덕분인지 우박이 퍼붓는 날씨에도 등산로에 인파가 줄을 이었다. 산 아래 주차장에서 출렁다리 건너편까지 사람들이 줄을 서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출렁다리에 도착해서는 비 대신 우박이 쏟아졌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할머니는 “쏟아지는 우박이 따갑고 아프다”면서도 산을 올랐다.

뮤지엄산 세미나실 앞에서 내려다 본 카페테라스. 탤런트 공유가 커피CF를 촬영해 유명해진 곳이다.


뮤지엄산 전면 워터가든에 있는 알렉산더 리버만(Alexander Liberman) 작 ‘아치웨이’.


산에서 내려와 차에 오르니 하늘 사이로 햇빛이 비쳤다. 2년 전 눈 덮인 겨울에 찾았던 오크밸리는 다른 나라 같았다. 푸르른 신록 속에 버티고 선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 ‘뮤지엄산’의 모습은 여전했다. 뮤지엄산이 이번 이벤트의 무대로 선정된 것은 ‘맥심카누 광고(CF)’의 촬영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뮤지엄산은 ‘TV에 한 번 나왔다’는 단순한 히스토리가 칭찬이 될 수 없는, 수많은 콘텐츠와 컬렉션을 품고 있는 미술관이다. 안도는 뮤지엄산의 콘셉트에 대해 “‘도시의 번잡함으로부터 벗어난 아름다운 산과 자연으로 둘러싸인 아늑함’이라는 인상을 바탕으로 설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뮤지엄산은 ‘산상(山上)’이라는 지형에 순응해 웰컴센터·플라워가든·워터가든·본관·스톤가든·제임스터렐관 등으로 이어지는 전체 길이 700m의 건물로 이뤄져 있으며 ‘박스 인 박스(Box in Box)’ 콘셉트로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날 개방은 하지 않았지만 뮤지엄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설 전시로는 제임스 터렐전도 빼놓을 수 없다. 제임스 터렐은 대학에서는 심리학과 미술·천문학·수학 등을 전공한 작가로 사물을 인식하기 위한 도구에 머물렀던 빛이라는 매체를 작업의 주체로 끌어올렸다. ‘간츠펠트’와 같은 그의 작품들은 관람자들을 내면의 영적 빛을 마주하는 ‘빛으로의 여정’으로 안내한다는 게 미술관 측의 설명이다. 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접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전시다.



김영주 토지문화관 이사장.


애당초 코스에는 들어 있지 않았지만 기자는 혼자 떨어져 나와 토지문화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올해가 ‘토지’의 저자 박경리 선생의 10주기인지라 박경리 선생의 딸 김영주 토지문화관 이사장과 차 한잔 하기로 약속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사장실로 들어서자 박경리 선생과 똑 닮은 김 이사장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기자를 반겼다. 토지문화관 현관에 붙어 있는 포스터가 떠올라 “5월5일이 박경리 선생님의 10주기여서 행사가 많겠다”고 물었더니 그는 “그렇지 않아도 하동·통영 등 소설 ‘토지’나 어머니의 자취가 남아 있는 지방자치단체나 기관에서 행사가 잡혀 내일부터는 지방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김 이사장을 만나러 오기 전에 들렀던 ‘박경리문학공원’에도 관련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원주에는 박경리 선생과 ‘토지’에 관한 두 곳의 시설이 있다. 그중 박경리문화공원은 박경리 선생과 ‘토지’에 관한 콘텐츠를 모아 놓은 박물관 형태고 토지문화관은 젊은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인큐베이팅 시설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이사장의 남편은 김지하 시인이고 어머니는 대문호 박경리 선생이다. 기자는 그가 왜 글을 쓰지 않는지 궁금해 이유를 물었다.

“초등학교·중학교 다닐 때 시를 잘 쓴다고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내 글을 보고 어머니가 김동리 선생에게 가져다 봬주고 칭찬을 받기도 했지. 그런데 나는 영악하거든. 글 쓰는 게 사람을 얼마나 망가뜨리는지 알고 있었어요. 난 그게 싫었어. 불행을 겪어본 사람들이 글을 쓰게 마련이야. 나는 불행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고 보니 어머니께서 작가가 된 것도 운명적이야.”

‘행복을 갈구했던 그가 누린 삶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에 미치자 이유 없는 슬픔에 코끝이 시렸다.
/글·사진(원주)=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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