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가 지난 2015년에 도입한 재화용역세(GST)를 다음달부터 전격 폐지한다. GST는 한국의 부가가치세와 비슷한 개념의 소비세로 국내에서 거래되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6%의 세금을 물리는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1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재무부는 전날 오후 성명을 통해 “GST 세율을 다음달 1일을 기해 현행 6%에서 0%로 낮춘다”고 밝혔다. GST 폐지는 9일 총선에서 승리한 야권연합이 내세운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말레이시아는 애초 2018년 한해 동안 GST로 438억링깃(약 12조원)의 세수를 확보할 계획이었다. 이는 전체 세입액의 약 18%에 해당한다.
■정권교체 동시에 GST 폐지...왜?
물가상승 유발...서민 불만 고조
소비심리 살아나도 재정 타격 우려
마하티르 모하맛 신임 총리가 정권교체와 동시에 GST 폐지에 나선 것은 GST가 물가상승을 유발해 서민들로부터 원망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GST는 간접세의 특성상 고소득자보다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더 큰 타격을 안겼으며 이번 총선에서 61년 만에 이뤄진 정권교체의 핵심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GST 도입을 주도한 나집 라작 전 총리가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최대 60억달러(약 6조4,000억원)를 빼돌렸다는 의혹이 때맞춰 불거지자 현지에서는 비리로 생긴 나라 곳간의 구멍을 서민들의 세금으로 메우려 한다는 불만이 고조됐다.
다만 GST 폐지가 말레이시아 경제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미지수다. GST 폐지로 물가가 안정되고 소비심리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높은 반면 일각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말레이시아의 재정 건전성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재정 충격을 상쇄할 조치 없이 GST를 폐지할 경우 국가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우려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아직 도입시기를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판매세(SST)를 재도입해 부족한 세수를 메꾸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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