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빛으로 물든 벤치가 놓여 있다. 작품명은 ‘크리스털 시리즈’. 보는 각도에 따라 청명한 가을 하늘 같기도 어스름한 새벽녘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작가가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이라는 자연을 아크릴이라는 합성소재로 표현해냈다는 점이다.
작가는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 윤새롬(33)이다. 그는 최근 ‘월페이퍼’의 ‘디자인 어워드 2018’에서 ‘파네라이 넥스트 제너레이션 디자이너’로 선정됐다. 총 7명 중 유일한 한국인이다.
-크리스털 시리즈는 하늘을 그대로 반영해낸 것 같은 파스텔 톤의 색감이 매우 인상적인데요. 어떤 작업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매일 보는 하늘은 어떠한 물성을 가지고 있는 물질적인 존재가 아닌 우리를 감싸고 있는 공간입니다. 공간으로서의 하늘을 표현하기 위해 투명한 소재인 아크릴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노을을 표현할 때 ‘노을색으로 하늘이 물들었다’라는 표현을 쓰듯 노을이 지는 하늘에서 볼 수 있는 색들을 아크릴에 물들여서 표현했습니다. 노을이 물들 듯 아크릴에 물들인 색들은 자연스럽게 섞이고, 투명한 아크릴에 의해 굴절과 반사가 되어 더욱 풍부한 색으로 보이게 됩니다.
-그렇게 처음 나온 작품이 뭔가요.
△처음 만든 작품은 crystal series_ table 01입니다. 작은 크기의 T자 구조 사이드 테이블입니다. 이 작업을 진행한 뒤 아크릴이란 소재가 주는 매력에 빠져 다양한 크기의 테이블을 만들게 됐죠.
- 2010년, 2012년 작품인 Segment 시리즈는 나무를 쓰시다가 2016년경부터는 합성소재인 아크릴로 작품의 소재를 180도 바꾸셨어요. 물성이 완벽하게 변화한 드라마틱한 반전인데요. 어떤 계기가 있으셨나요?
△말씀하신 것처럼 대학에서 공부할 때 나무의 매력에 빠져서 한동안 나무로만 작업을 했었습니다. 한 가지 소재로만 작업을 하다 보니 다른 소재와 색을 쓰고 싶은 갈증을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대학원에 진학을 하면서 지도교수님(최병훈 작가)께서 그동안 하시던 작업이 아닌 다른 소재로 과감하게 바꿔서 작품 활동을 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영향으로 저도 새로운 도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기술적으로 잘하는 작업이 아닌, 하고 싶은 작업을 보여주고 싶어서 현재 하고 있는 crystal series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 보통 뇌리 깊이 박힌 유년의 기억이나 추억, 향수 같은 것들이 그 사람의 영감의 원천이 된다고들 하잖아요? 작가님에게도 그런 특별한 기억이 있으신가요.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필리핀에서 잠시 지낸 적이 있어요. 3살때의 기억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데요. 바닷가에 종종 놀러가서 수영을 하고 노을을 보며 뛰어 놀았죠. 한국에 돌아온 뒤 큰 도시에서 생활을 하면서 그곳을 많이 그리워하곤 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바다와 하늘을 동경하고 더욱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다음 작품으로는 어떤 걸 준비하고 계신가요.
△감상하는 작업에서 조금 더 확장시켜서 경험할 수 있는 설치작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제가 작업에서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가구를 통해 보여주는 것에 조금 한계를 느껴서 조금 더 직접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김나영기자 iluvny23@sedaily.com
/사진제공=윤새롬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