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수석의 기자간담회 내용은 앞서 장하성 정책실장이 드러낸 고용상황에 대한 인식과 다를 바 없다. 장 실장은 지난주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관련해 “고용감소 효과는 없다”고 항변했지만 3개월 연속 관련 서비스 분야 일자리가 큰 폭으로 준 것이 최저임금 인상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더구나 장 실장은 그런 근거 중 하나로 제조업의 고용감소가 없다는 점을 들었지만 불과 며칠 뒤 나온 고용통계에서는 제조업 일자리가 무려 7만개가량 감소하기도 했다.
취업자 증가폭이 3개월 연속으로 10만명대에 그치는 등 고용상황이 심각하지만 청와대 참모들은 애써 눈을 감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할 따름이다. ‘그들만의 리그’에 갇힌 느낌도 든다. 인구구조 탓이라면 구직을 단념한 사람이 늘어난 이유를 도무지 설명할 길이 없다. 시간만 지나면 저절로 청년실업의 문제가 해결된다는 한가한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설령 반 수석의 분석과 예측이 맞다고 하더라도 취업절벽에 처한 청년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외부 요인 탓을 하기에 앞서 겸허하게 반성부터 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그게 공복의 도리다.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고 지난해 추경 편성과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데도 고용대란이 악화일로에 있는 것은 주요 경제정책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친노동으로 기울어진 정책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은 당초 의도와 달리 역효과만 내고 있고 혁신성장은 더디기만 하다. 문재인 대통령조차도 얼마 전 혁신성장과 관련해 “경쟁국들은 뛰어가는데 우리는 걸어가는 느낌”이라고 지적하지 않았는가. 작금의 고용대란은 균형감을 잃은 ‘그들만의’ 정책에 대한 경고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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