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만의 첫 정권교체를 이뤄낸 말레이시아 신정부가 전 정권에서 추진했던 고속철 사업3 등 대규모 프로젝트 대다수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23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림관엥 신임 재무장관은 전날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과도한 부채가 국가 경제를 위기로 몰아 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림 장관은 “말레이시아의 국가부채가 1조 링깃(약 27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는 전 정권이 밝힌 부채 규모(7,000억 링깃·190조원)를 훨씬 웃돈다고 말했다.
그는 말레이시아가 국가부도로 향하고 있다는 의미냐는 질문에는 “전 정부 하에선 분명 그랬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 상황을 해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신정부는 이에 따라 외국산 무기도입과 부동산 개발 사업 등은 물론 동남아 첫 국가간 고속철도로 관심이 쏠려 온 말레이∼싱가포르 고속철(HSR·총사업비 14조원)과 동부해안철도(ECRL·총사업비 15조원) 사업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아즈민 알리 말레이시아 경제부 장관은 “사업을 살펴보고 조건을 재협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검토 대상으로 거론된 사업 상당 수는 중국의 대규모 투자로 진행되던 것들이다. 중국은 2015년 나집 라작 전임 말레이 총리가 국영투자기업 1MDB의 천문학적 부채와 자금유용 의혹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 1MDB 자산을 매입해 구원투수 역할을 했고, 이를 바탕으로 말레이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한편, 림관엥 장관은 나집 전 행정부가 국가부채 규모를 축소·은폐한 것은 물론 천문학적 빚더미에 오른 1MDB를 살리기 위해 70억 링깃(약 1조9,000억원)을 비밀리에 지출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전 정권은 1MDB 등 민감한 사안과 관련해 국민을 지속해서 속여왔다”고 비판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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