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필하모닉이나 뉴욕 필하모닉은 높은 예술성을 견지하면서도 탁월한 경영 성과를 창출한 오케스트라입니다. 세계 명문 악단의 운영 방식과 경영 기법을 벤치마킹해 서울시립교향악단이 글로벌 오케스트라로 발돋움하는 데 일조하겠습니다.”
강은경(48·사진) 서울시향 대표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외 유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음악인들을 객원지휘자나 마스터클래스 강연자로 초청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 교류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학교의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정책학을 전공한 강 대표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법률 지식을 겸비한 문화예술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대원문화재단·예술경영지원센터 등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면서 실무 경험을 쌓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겸임 교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서울시향 대표로는 지난 3월 초 취임했다.
강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글로벌 오케스트라로 도약하기 위한 첫 번째 방안으로 오는 11월 이뤄질 유럽 순회공연 계획을 공개했다. 강 대표는 “서울시향의 수석객원지휘자인 티에리 피셔와 함께 오는 11월 스위스·이탈리아·프랑스 등 유럽 3개국 6개 도시에서 순회공연을 열기로 했다”며 “에든버러 페스티벌이나 BBC 프롬스 등에 참가한 2014년 8월 이후 4년 만에 재개하는 장기 투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위스와 프랑스 공연은 지난 2005년 서울시향 설립 이후 최초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오랜 정비 기간을 마치고 오케스트라 재도약을 위해 유럽 시장을 재공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자평했다.
강 대표는 지난 2015년 말 정명훈 지휘자가 사퇴한 이후 2년 넘게 공석으로 남아 있는 음악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서도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최근 발족한 ‘음악감독추천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2~3명의 복수 후보를 추천하면 이사회 제청과 시장 임명 절차를 거쳐 음악감독을 확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1차 후보군을 6명으로 압축해 최근 첫 회의를 진행했다”며 “연내에 모든 절차를 확정하고 계약을 완료해 좋은 소식을 알려드리고 싶은 게 저의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명훈은 지난 2006년 1월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이후 연주력 향상, 레퍼토리 확장에 이르기까지 서울시향을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015년 말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와의 갈등 끝에 사퇴한 바 있다. 서울시향은 새로운 음악감독이 부임한 후에도 오케스트라의 안정적 운영과 예술적 역량 제고를 위해 작년 도입한 수석객원지휘자 제도를 당분간 이어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9월 최수열 지휘자 사임 이후 공석인 부지휘자도 이른 시일 내 선발할 계획이다.
강 대표는 박 전 대표의 인사 전횡과 단원을 향한 폭언 등이 초래한 내부 갈등을 의식한 듯 “리더십의 부재로 소통과 신뢰가 부족했던 부분을 염두에 두면서 조직의 건정성을 확보하고 내외부 소통을 강화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강 대표는 남북 교류 사업과 관련해서는 “한반도의 평화가 세계적인 관심사로 확장된 상황인 만큼 당연히 남북 교향악단 합동공연과 같은 교류·협력 방안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며 “좋은 기회가 마련된다면 적합한 프로그램을 구성해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서울시향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