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우리 측 기자단 명단을 23일 뒤늦게 접수한 것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을 긍정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효과적인 대남 압박 카드로 활용한 셈이다.
북한은 이날 오전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우리 측 기자단 8명의 명단을 접수했다. 북한의 초청을 받은 5개국 언론 중 한국을 제외한 취재단이 모두 북한 원산에 도착할 때까지도 묵묵부답이다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수행한 적극적인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북한이 긍정 평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며 “북미 간 실질적·구체적 비핵화와 체제 안전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불안감은 결국 체제 보장 부분일 수밖에 없다”며 “북한이 확신할 수 있도록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 의지에 대한 미국의 의심을 해소하려 노력하는 동시에 북한의 체제 보장 논의가 필요함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지난 16일 무기한 연기했던 남북 고위급회담이 다시 열릴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맥스선더 훈련이 종료되는 오는 25일 이후 남북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대화 재개가 이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당시 북한은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비난하며 회담 취소를 통보했다. 이에 북한이 남북 간 약속한 일정들을 볼모로 과도한 ‘남한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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