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처음으로 북미 정상회담 연기·취소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북한과의 샅바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북미 회담 재고 담화에 한방 먹인 것이며 북한이 판을 깰 수 있다면 미국도 깰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과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북미 회담에 대한 의지와 북한에 대한 ‘당근’도 제시했다. 그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할 경우 안전을 보장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럴 것”이라며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는 안전할 것이고 행복할 것이며 그의 나라는 부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비핵화 합의 방식에 대해 “일괄타결(all-in-one)이 좋을 것”이라면서도 “그렇게 돼야 할까”라고 반문한 뒤 “나는 완전히 확언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괄타결이 훨씬 더 좋겠지만 정확히 그렇게 하기 어려운 물리적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와 달리 양보의 여지가 있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라며 “한발 물러서 단계적 해결 가능성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섰다. 정상회담에 앞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최근 보여준 북한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북미 회담의 성공을 위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는 분명하다”며 “한반도의 긍정적 상황 변동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기회의 창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지난 25년간 북한과의 협상에서 기만당했다는 회의적 시각을 가지고 있으나 이번은 역사상 최초로 ‘완전한 비핵화’를 공언하고 체제 안전과 경제발전을 희망하는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대상으로 협상한다는 점에서 이전 협상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역설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북한 의지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며 “북미 간 실질적·구체적인 비핵화와 체제 안전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맥스선더 훈련 종료일인 오는 25일 이후 남북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대화 재개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다”며 “한미 정상이 종전 선언을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3국이 함께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결국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제는 앞으로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북한 비핵화의 구체적 로드맵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관계자는 “구체적 안을 놓고 ‘이것을 하면 이것을 줄 거냐’ ‘이 단계에서 이것을 하겠다’ 등의 얘기가 오간 게 아니라 전체 흐름에 대한 점검과 방향성에 대해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향후 2주 정도 집중적인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그 경과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는 6월 초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 교수도 “앞으로 3주간 치열한 협상이 예상된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50대50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세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므로 ‘조건’에 대한 북미 간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핵물질 조기 이관을 요구하며 새로운 이란 핵 협상 조건으로 내건 △모든 핵시설 완전 접근 허용 △우라늄 농축 중단 △플루토늄 사전처리 금지 △탄도미사일 개발 금지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체제 안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을 보고 나서야 핵무기까지 포기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난항을 예고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최근 강경 태세 변화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있다는 것을 재차 거론했다. 그는 “시 주석은 세계 최고의 포커 플레이어라고 볼 수 있다. 나도 마찬가지”라면서 “아무튼 만난 다음 태도가 변한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민병권기자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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