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년마다 최저구간 요금제의 가격·용량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포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11일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이르면 오는 6월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개정안이 국회까지 통과하면 현재 이통 3사가 3만원대에 서비스하는 1GB, 음성 200분 상품이 2만원대에 제공된다. 문재인 정부의 가계 통신비 절감 공약이 실행되는 셈이지만 통신사 등은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보편요금제 찬성 측은 통신사가 매년 막대한 배타적 이익을 누리는 데 반해 서민 통신비 부담은 해마다 늘고 있어 요금인하 유도정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정부의 가격통제로 시장경제 원리가 훼손되고 사업자들의 인프라 투자도 막을 수 있다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통신비 관련 입법과 정책 추진 등을 지원하기 위한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가 발족한 지 6개월 만인 11일 월 2만원대에 기본 데이터 약 1GB와 음성통화 200분을 제공하는 ‘보편요금제’가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기간통신 사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중시해 저가요금제에서 사업자 간 경쟁이 실종된 것과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보편요금제를 추진했다.
소비자단체는 보편요금제 도입에 찬성하면서 상대적으로 통신사의 부담을 낮추면서도 실현 가능성이 높은 현실적 방안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이동통신사들은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으며 시장경쟁을 통해 자율적으로 요금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알뜰통신협회는 보편요금제가 시행되면 기간통신사업자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없어지므로 수익손실을 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우리는 이처럼 서로의 이익이 충돌하고 이견이 발생하는 경우 항상 문제의 기본적인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재 논의되는 사안은 국민에게 제공되는 기본적인 통신 서비스에 대한 것이며 이는 전기통신사업법에 의거한 기간통신역무라고 규정된다. 기간통신역무는 국가 산업 발전과 국민의 복리 증진을 위해 정부의 정책적 통제 범위에서 사업을 영위해야 하는 규제산업으로 국가적 의무사항이 존재하게 되는 만큼 사업권에 따른 막대한 배타적 이권이 보장된다.
이러한 기간통신역무에 의한 기본통신 서비스는 통신망을 이용한 정보기술(IT) 분야의 응용 서비스, 즉 모바일 인터넷포털이나 온라인게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서비스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즉 참신한 아이디어와 특별한 기술로 최고의 부가가치를 추구하는 영리 기반의 사업들과는 태생적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기간통신역무를 제공하면 적정이윤을 보장받는 것이지, 주어진 배타적 권리를 이용해 막대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간통신사업자들이 허가된 배타적 이권을 통해 기업의 영리를 최대한 추구하는 것이 민간기업인 자사의 의무이자 권리인 것처럼 표명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기간통신사업자는 일반적인 사기업이 추구하는 영리제일주의 경영철학이나 기업목표와는 차별화된, 국민과 사회를 위한 국가적 사명감에 기반한 경영철학과 기업문화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동통신사업자들은 배타적 이권을 과점한 상태에서 의미 없는 자율적 경쟁 운운하며 의무를 회피하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보편요금제를 실행해 기간통신사업자 본연의 역무에 힘써주기 바란다.
품질 좋은 보편적 서비스가 저렴한 가격에 제공돼야 하는지는 산업경제 생태계 관점에서도 고려해야 한다.
막대한 국가적 규모의 사회간접자본(SOC)이 구축되면 그에 상응하는 규모의 사용자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SOC 인프라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고 대규모 사용자를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와 사업이 지속적으로 활발하게 창출되는 것이다. 특히 통신산업의 사용자 효과는 수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사용자 규모의 영향은 다른 산업에서보다 매우 막강하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IT·통신 선진국으로서 전 세계적인 산업 아이템을 발굴해 국가적 산업발달을 추구하려면 그 주체인 서비스 개발자와 사용자인 국민 모두 경제적 부담 없이 양질의 기간통신역무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사용자를 유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서비스를 값싸게 공급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으므로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우리나라 IT 산업이 더욱 다양하게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최근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는 데이터 사용량을 고려해 현행 1GB보다는 2~3GB 정도로 보편요금제의 기준이 상향되기를 바라며 아울러 알뜰폰 업계를 배려하는 적절한 후속정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