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신중하게 결정할 사안이고 이제 겨우 실무적으로 검토하는 수준”이라지만 의도부터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정부의 속내는 익히 짐작된다. 이런 식으로 국가 결산을 바꾸면 나랏빚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지니 그런 변칙의 유혹을 느낄 법도 하다. 연금부채는 지난해 845조 원으로 나랏빚의 54%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국가 총부채 증가분 75%가 공적연금 부채 급증에서 비롯됐다. 정부가 17만 여명의 공무원 증원에 돌입하고 여러 복지비용 확대로 재정지출이 늘어나는 마당에 나랏빚 증가는 대선공약 집행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연금충당부채는 국제회계기준이 현금주의에서 발생주의로 변경된 2012년부터 정부가 해마다 3월 국가결산보고서에 공개해왔다. 7년째 공표해온 연금부채가 하루아침에 재무제표에서 사라진다면 정부의 신뢰성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부채를 당장 정부가 갚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혹은 국제비교 대상 국가부채가 아니라라는 이유로 국가결산에서 배제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이는 기업이 회계장부를 좋게 보이려고 꾸미는 분식회계와 뭐가 다른가.
책임 있는 정부라면 꼼수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 해서는 안 된다. 국가결산 방식을 바꿔 재무제표에 연금부채를 누락한다면 기재부가 나라 곳간지기임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지난해로 10년 연속 재정적자를 기록한 마당에 이제 국가부채까지 꼼수로 줄이려는 몰염치는 어디서 나온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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