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와 함께 신흥국 위기의 진원지로 꼽히는 터키가 정책금리를 전격 인상하며 통화방어를 위한 금리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던 리라화 가치는 기습적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조치로 일단 하락세를 멈췄지만 신흥국을 뒤덮은 공포의 먹구름은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저명 경제학자와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의 시장 움직임이 지난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와 유사하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터키 중앙은행은 23일(현지시간) 긴급 금융통화위원회를 소집해 정책금리인 ‘후반유동성창구(LLW)’ 금리를 13.5%에서 16.5%로 3%포인트 인상했다. 시장 개장 초반부터 리라화 가치가 달러당 4.92리라까지 곤두박질치며 5리라 붕괴 위험이 커지자 터키 정부가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전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리라화 추락에는 일단 브레이크가 걸렸지만 신흥국 위기 재발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최근 신흥국들의 움직임은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신흥국들의 주가가 59% 추락하고 정부가 예외적으로 금리를 올렸던 당시 모습과 유사하다”며 “적어도 통화가치 하락으로 기업 부채가 늘어나고 경제 부담이 커지면서 통화가 추가 하락하는 1997~1998년과 같은 위기의 연상이 가능해졌다”고 전했다.
일부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세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전날 대비 0.8% 하락했으며 말레이시아 링깃화와 필리핀 페소화도 각각 소폭 떨어졌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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