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한국을 비롯해 미국·영국·중국·러시아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공개 폭파 행사를 단행했다. 첫 번째 폭파는 이날 오전11시께 2번 갱도와 관측소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어 오후2시17분께 4번 갱도와 단야장(대장간), 오후2시45분께는 생활 건물 본부 등 5개 시설을 폭파했다. 또 오후4시2분에는 3번 갱도와 관측소, 오후4시17분에는 마지막으로 남은 2개동 군 막사 폭파가 진행됐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그동안 6차례 핵실험이 이뤄진 곳으로 북한 핵 개발의 상징과 같은 장소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의 이행 조치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전격 선언했다.
풍계리에는 4개의 갱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번 갱도는 1차 핵실험 이후 오염으로 이미 폐쇄됐고 2번 갱도는 사용 불가, 3·4번 갱도는 사용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1번 갱도를 제외한 2~4번 갱도가 폐쇄를 위한 폭파 대상이 됐다.
북한이 선제적 비핵화 조치 차원에서 이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진행하기는 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미 CNN은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정치학 교수를 인용, “살인 현장에 일반인들을 들여보내 걸어 다니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그간 국제사회가 모아놓은 증거마저도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북핵 전문가 프랭크 파비안은 38노스 기고문을 통해 “전문 기관들은 폭파 후에도 현장에서 핵물질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국제 기자단을 초청한 가운데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외신을 통해 집중 부각시킨 점도 주목을 받았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 입장에서는 현재 원산에 어마어마한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만약 북미 회담이 제대로 안 되면 그 막대한 관광 투자가 수포로 돌아가는 건데 그런 점에서 김정은의 (비핵화) 결심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영현기자 외교부공동취재단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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