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당 약 1억 4,000만원의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이 통지된 반포현대 아파트가 공사비를 늘려 부담금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재건축 추진을 일단 계속하기로 했다. 그러나 조합원 총회에서 30%가량이 찬성하지 않고 일부는 재건축 추진 반대로 돌아서면서 향후 내홍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포현대는 지난 24일 오후 7시 30분부터 아파트 지하 조합사무실에서 정기총회를 열었다. 이날 총회에는 총 조합원 80명 중 57명이 참석했다. 이번 총회는 재건축분담금 예상액이 통지되기 전에 예정돼 있었지만 예산·운영의 승인을 받는 투표를 진행하기 위한 것이어서 사실상 재건축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투표를 통해 4개의 안건 모두 찬성표를 조합원의 과반수 이상을 얻어 통과됐다. 재건축부담금에도 불구하고 반포현대 재건축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그간 100%에 달했던 조합원 찬성률은 66%께로 떨어졌다. 억대 부담금을 보고 재건축 반대로 돌아선 조합원이 급증했다.
실제 서울경제 기자가 방문한 총회 현장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불만과 함께 재건축 추진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고성이 오갔다. ‘재건축부담금 폭탄’에 대한 성토가 과열 양상을 띠어 주민센터에서도 나와 현장을 지켜봤다. 찬성측은 비교적 조용히 투표를 마치고 나섰지만 반대측은 조합장과 이사를 향해 “이게 조합원을 위한 조합이냐”며 소리쳤다. 반대표를 던지고 나왔다는 한 조합원은 “분담금만 몇 억 들어가는데 여기에 1억원 넘게 또 내라는 거냐”면서 “빚져서까지 재건축하고 싶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이번 안건에 모두 찬성한 조합원은 “반대하는 조합원들 마음은 이해 한다”면서도 분담금을 감당할 수 없다면 집을 팔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 다수결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돌이킬 수 없으니 제대로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건축을 찬성하는 조합원 입장대로 반포현대 재건축은 지하 2층에서 지하 3층으로 주차장을 늘린다. 투표에 붙인 4개의 안건 중 제4호 안건을 통해 지하 3층까지 확장하기로 의결했다. 이로써 조합원 분담금은 약 2억6,000만원에서 4,000여만원 늘어난 3억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당초 추진 지속 여부도 불투명했지만 오히려 공사비를 늘려 재건축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다만 공사비가 늘었으므로 재건축부담금은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구청에서 통보한 반포현대의 초과이익은 3억4,000만원이었다.
이날 투표를 마치고 조합원 간 간담회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재건축 사업 공동시행을 맡은 동부건설 측 도시정비사업팀 직원 6명이 참석해 재건축부담금 산출 기준을 설명하고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예상보다 16배 많은 1억4,000여만원의 재건축부담금이 나왔지만 최종 부담금은 이보다 적을 것이라는 취지다. 동부건설 정비사업 관계자는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라 공시지가에 실거래가 반영률은 물론 과표구간이 과도하게 설정돼 현재 예상액은 최대치로 나온 것이란 점을 조합원들에게 설명했다”면서 “예정대로 관리처분인가를 진행 하되 부담금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추후에는 행정소송을 포함한 적극적인 대응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구청에서 조합측에 제안한 재건축부담금 10% 예치에 대해서도 거부의 뜻을 밝혔다.
한편 반포현대 조합 내 반대파는 급증하면서 재건축 추진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커졌다. 늘어난 분담금과 예정된 재건축부담금 감당 가부가 조합원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찬성측이 재건축부담금 예상액 산출 기준을 신뢰하지 않으면서 국토교통부가 ”조합원 판단을 위한 권한 제공“이라 설명한 재건축부담금 예상액 통지 이유가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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