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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을 다시 세우려 모였다", 보신각에 울려퍼진 목소리

종로 보신각 앞 시민·직원 500여명 모여

관리자, "직원연대 출범 공식적으로 선언"

"직원연대·정부 연대하는 통합체 만들 것"

25일 종로 보신각 앞에서 오후 8시10분경 대한항공 직원연대가 가이포크스 가면을 쓰고 제복을 입은 채 “조씨일가 물러나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종갑기자




“더이상 대한항공 총수 일가는 대한항공 자체가 아닙니다. 여기에 모인 우리 동료들의 땀과 노력으로 이룬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대한항공을 무너트리기 위해 여기 모인 것이 아닙니다. 다시 세우려고 이곳에 모였습니다”

25일 오후 7시58분 보신각. (객실)희망이라는 가명을 쓰는 대한항공 직원이 가이포크스 가면에 승무원 제복을 입은 채 외쳤다. 이 직원은 대한항공이 이번 직원연대의 촛불집회를 거치며 ‘갑질’을 일삼는 총수 일가가 아닌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한항공 제복에 ‘fly together(함께해요)’ 스티커를 부착한 500여명의 시민들과 대한항공 직원들은 ‘조씨일가와 부역자들 GET OUT’, ‘CHO, You are FIRED!’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환호했다. 지난 3차 촛불집회보다 일반 시민 참가자가 늘어난 게 눈에 띄었다.

이날 집회에는 대한항공 직원연대 ‘관리자’가 대한항공 직원연대 출범 등 향후 목표를 전화로 밝히기도 했다. 관리자는 대한항공 갑질 비리를 폭로하는 채팅방을 최초로 개설하고 운영했다. 그는 “조양호 회장 일가가 생각도 못하고 대응하지 못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며 “대한항공 직원연대의 출범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방식과 달리 내부에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낼 충분한 힘을 취한 후 외부와 융합하는 조직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대한항공 직원연대와 청와대, 국회, 검찰, 공정위 등 외부 기관과 연대하는 통합체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까지 드러난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비리 외에도 추가로 접수된 내부 비리를 사정기관에 제보하겠다는 의견으로 풀이된다.

이어 김영관 변호사는 대한항공의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이 부당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김 변호사는 “필수공익사업장은 업무를 정지하거나 폐쇄했을 때 국민 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해 노동자 쟁의 행위를 제한하는 제도”라며 “대한항공이 속한 항공운송업은 다른 항공사가 대체할 수 있어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제노동기구(ILO)도 항공운송업 중 관제업무 정도만 필수공익업무로 지정한다”며 “근로자가 사용자에 맞설 유일한 권리인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항공운송업의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5일 오후 9시10분경 숭례문 방면 청계청론 도로에서 대한항공 직원연대가 “불법갑질 퇴출 함께해요” 현수막을 들고 도로 행진을 하고 있다. /서종갑기자


이날 집회에는 우리 사회의 갑질 문화 개선에 힘을 보태려는 학생들도 참여했다. 학교에서 갑질 문화를 공부하고 현장체험 차 집회에 나왔다는 여학생 박(18)모 씨는 “갑질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오너가는 수수방관하는 전략으로 일관했지만 이런 연대의 움직임이 모이면 오너가도 변할 것”이라며 “성인이 될 때쯤이면 우리 사회에 갑질 문화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의 ‘물벼락 갑질’ 이후 한진그룹 오너 일가는 ‘갑질 의혹’과 관련해 사정당국으로부터 전방위적 수사를 받고 있다. 조 전 전무는 ‘물벼락 갑질’을 저질러 업무방해 혐의로 11일 검찰에 넘겨졌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필리핀 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로 24일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서 조사받았다. 28일에는 조 전 전무의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직원에게 폭언을 퍼붓고 손찌검한 의혹을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조중훈 전 회장의 유산 상속을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직원연대 측은 본집회 이후 오후 9시10분경 부터 보신각을 출발해 을지로입구역과 명동 롯데백화점을 돌아 한진칼 빌딩 앞까지 행진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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