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야당이 일제히 ‘청와대 라인 전원 교체’를 요구하며 문재인 정권에 대한 집중사격에 나섰다. 후보등록이 끝나면서 6·13지방선거 대진표가 드러나자 대여투쟁 강도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여기에 그동안 경제 실정 비판에 집중했던 야권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로 외교 정책까지 공격하며 여권에 십자포화를 쏟아 붓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미국의 북미 정상회 취소 이튿날인 지난 25일 청와대·정부의 외교·안보 인사들의 실명을 직접 언급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해임을 요구했다. 홍 대표가 언급한 이들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4명이다.
홍 대표는 이날 경기도 수원 영동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2, 3시간 후에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된 것도 모르고 99.99% 된다고 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라고 비판했다. 강 장관에 대해서는 “외교 참사를 당하게 한 통역관 출신 외교부 장관을 그대로 둘 수 없다”고 했고, 송 장관에 대해서는 “국방부 장관은 한미 공조 군사훈련도 사실상 취소했다”고 지적했다. 또 서 원장에 대해서는 “국정원장은 협력기구로 전락하고 대통령이 미국 가서 대접받은 것을 보면 외교 참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4명) 전부 책임져야 한다, 책임지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며 경질을 주문했다. 홍 대표는 영동시장 상인들과의 인사를 마친 귀 기자들과 만나 “경질이 아니라 파면해야 한다. 책임져야 한다”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최근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연이어 표명하고 북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었지만 우리 외교안보 라인은 이같은 심각한 시그널을 무책임하게 흘려보냈다”며 “문 대통령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외교·안보 라인의 경질뿐 아니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질까지 언급했다.
바른미래당도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우리 정부의 ‘외교 참사’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외교 참사는 한국당 지도부가 쓴 표현과 같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나아가 “미북정상회담 취소로 그토록 원하던 완전한 북핵 폐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면서 “미국과 북한이 금방 전쟁이라도 할 것 같이 험악한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안보위기를 고조시킨 지난해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며 한반도 위기설을 언급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으로 경제가 무너졌다며 ‘청와대·내각 경제팀의 전원 해임’을 들고 나왔다. 유 공동대표는 “문재인 정부 일년간 경제는 무너지고 소득분배도 최악의 상황이 됐지만 이 정부에서는 경제와 민생을 책임진 사람들이 반성할 줄 모른다”며 “오만과 독선에 빠져 잘못된 정책을 고집부리는 것은 박근혜 정부보다 더 심하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내각의 경제팀 전원의 해임을 다시 요구한다”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책은 쓰레기통에 버릴 것을 요구한다”고 일갈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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