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홀을 남기고 2명이 1타 차에서 뒤쫓는 긴박한 상황. 그러나 뚜껑을 열자 판도는 접전 대신 독주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3년차 이다연(21·메디힐)이 데뷔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27일 경기 이천의 사우스스프링스CC(파72)에서 끝난 E1채리티 오픈. 1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선 이다연은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를 보태 최종합계 14언더파로 마쳤다. 그는 사흘간 버디 15개를 잡는 동안 보기는 단 1개로 막았다.
2위와 3타 차의 넉넉한 격차로 우승상금 1억6,000만원을 거머쥔 이다연은 시즌 상금 15위에서 4위까지 뛰어올랐다. 이달 초 교촌허니 오픈에서 다잡았던 우승을 놓쳤던 아픔도 깨끗이 씻었다. 당시 그는 2타 차 선두를 달리다 17번홀(파3) 더블보기로 우승을 내줬다.
지난 시즌 4승으로 투어를 평정했던 이정은이 올 시즌 우승 없이 ‘슬로 스타트’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같은 3년차 이다연이 이정은의 위엄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미는 분위기다. 이다연은 메이저대회인 4월 크리스 KLPGA 챔피언십 7위, 교촌허니 오픈 준우승 등으로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이정은은 31일 개막하는 US 여자오픈 참가를 위해 일찌감치 미국에 건너가 있다.
공동 2위로 챔피언조에서 출발한 김아림과 나다예가 다소 주춤한 가운데 이다연의 최대 위협은 훨씬 먼저 경기를 마친 오지현이었다. 2라운드 공동 26위였던 오지현은 이글 한 방과 버디 8개(보기 1개)로 무려 9타를 줄였다. 코스 레코드에 1타가 모자랐다.
이다연은 15번홀(파4)에서 까다로운 거리의 파 퍼트를 놓치면서 이번 대회 들어 첫 보기를 적었다. 3홀 남기고 오지현에게 2타 차로 쫓기게 된 것. 이다연은 그러나 16번홀(파5)에서 곧바로 달아났다. 두 번째 샷이 그린을 훌쩍 넘어갔지만 절묘한 어프로치 샷으로 홀 1m에 붙여 버디를 잡았다. 쐐기 버디였다. 경기 후 이다연은 “16번홀 버디로 만회한 뒤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다연은 157㎝의 크지 않은 키에도 타고난 기술로 장타를 친다. 올 시즌 평균 드라이버 샷으로 260야드 가까이 날려 이 부문 5위권에 올라있다. 힘껏 치면 270야드도 어렵지 않다. 지난해 3월 발목 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입고 전반기를 망친 이다연은 10월 팬텀 클래식 첫 승으로 이름을 알린 뒤 올 시즌은 더 일찍 시즌 첫 승을 신고하면서 전성시대를 열어갈 조짐이다.
오지현과 함께 공동 2위로 마친 김아림은 2주 연속 준우승을 기록했고 나다예는 9언더파 공동 4위로 마쳤다. 상금 1위 장하나는 7언더파 공동 14위로 마무리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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