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015년 8월 박근혜 대통령을 독대할 때 상고법원 법관 임명에 관한 대통령 권한을 다룬 문건을 들고 간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 관련 문건은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조사하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 관계자는 28일 취재진을 만나 이같이 밝혔다. 앞서 조사단은 지난 25일 공개한 조사보고서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판 등 일선 법원의 재판을 청와대와 협상 수단으로 활용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다수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특별조사단은 양승태 사법부의 숙원사업이던 상고법원 도입 관련 협조를 구하기 위해 원 전 원장 재판을 활용하겠다는 취지라며 매우 부적절한 문건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문건을 양 전 원장이 법원행정처로부터 보고받았는지, 보고를 받았다면 박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 들고 갔는지 등이 주목됐다. 그러나 조사단은 양 전 원장이 보고를 받았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으며 들고 가지도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양 전 원장은 박 전 대통령 독대 자리에 상고법원 관련 문건은 갖고 간 것으로 파악됐다고 조사단은 전했다.
조사단 관계자는 “양 전 원장이 박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상고법원 법관 임명을 놓고 대통령의 권한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다룬 문건을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상고법원에 관여할 수 없는 것이 불만이었고, 양 전 원장은 그에 관한 간단한 문건을 가져간 것으로 돼 있다”며 “일선 법원의 재판과 관련한 문건은 가져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일선 법원의 재판을 협상 도구로 활용하자는 취지의 법원행정처 문건이 양 전 원장에게 보고됐는지에 대해서도 “법원행정처 차장이나 처장에게 보고된 것은 일부 있지만 원장에게 보고됐다는 진술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양 전 원장은 전직 비서실장을 통해 조사 거절 의사를 표시했고, 강제 소환 등 권한이 없어 조사를 더 진행할 수 없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박신영인턴기자 wtig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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