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정식 재판이 시작된 지 두 번째 기일 만에 법이 정한 피고인의 출석 의무를 회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 전 대통령의 태도를 강하게 질책한 뒤 모든 재판에 나올 것을 명령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두 번째 정식 공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5일 구치소에서 직접 불출석 사유서를 적어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서 증거조사 기일엔 출석하기 어렵다는 게 이 전 대통령 입장인 것. 다만 재판부에서 피고인에게 직접 확인할 게 있어서 사전에 출석을 요청하면 법정에 나오겠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을 통해 출석을 요청했고 구치소 측에 소환장도 보냈으나 끝내 법정에 나오지 않은 것.
재판장은 이날 변호인단에게 “출석을 요구했는데도 출석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은 뒤 “피고인이 증거조사 기일에 출석할 필요가 있는지는 피고인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또 “지난 재판에서 본 바로는 여기까지 출석하지 못할 정도의 건강 상태는 아니라고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증거조사 기일은 실질적으로 사실관계를 다투는 기일이라 피고인으로서도 직접 보고 다투는 게 방어권 행사에 도움될 것”이라며 “재판부는 피고인이 매 기일에 출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매 기일 출석을 명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만일 피고인이 이런 사정에 관한 설명을 듣고도 다시 불출석 사유서를 낸다면 출정 거부로 판단하고 형사소송법 규칙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법 위반 태도도 따끔하게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장은 “피고인께서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법질서나 재판 절차를 존중하고 계신다 생각했다. 전직 대통령께서 법률적인 의무나 이런 부분을 다 알고 불출석을 결정한 것인지 의문스럽다”면서 “형사 절차에서 피고인이 선별적으로 재판에 나올 수 있다는 인식은 어떻게 보면 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판장은 변호인단에게 “피고인이 실제 그런 생각으로 불출석하겠다는 것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해달라”고 요청한 뒤 “오늘은 피고인이 안 나온 만큼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며 12분 만에 재판을 마쳤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재판 직후 취재진을 만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할 권리도 있고 의무도 있다고 해석하는데, 우리와는 법률 해석상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면서 “법정에 나가서 스스로 변론할 기회를 갖겠다는 것은 자기 권리이고, 스스로 그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것 역시 자유의사 아니냐”라며 재판부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출석 사례를 언급하면서 “그쪽 재판부도 박 전 대통령이 출정을 거부하면 불출석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재판하는 것 아니냐”면서 “우리 대통령도 증거 기일에 못 나가겠다 하면 더는 어떻게 할 방법은 없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형사소송법 276조(피고인의 출석권)는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경우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재판을 시작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구속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된 때에는 피고인 출석 없이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277조2에 규정돼 있으며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이 조항에 따라 궐석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강 변호사는 이날 오후 이 전 대통령을 접견해 재판부 뜻을 전달하고 이 전 대통령의 의사를 확인할 것으로 전해졌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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