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작업환경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됐다고 만장일치로 판정했다. 이에 따라 작업환경보고서 공개를 결정한 고용노동부와 삼성디스플레이의 법정 다툼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부의 결정이 작업환경보고서 공개를 직접적으로 막을 권한은 없지만 보고서 공개를 막을 만한 법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산업기술보호위 디스플레이전문위원회는 30일 전체 회의를 열고 기흥·천안·아산1·아산2 등 4개 공장의 작업환경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담겨 있다고 결정했다. 산업부는 “전문위 검토 결과 삼성디스플레이의 작업환경보고서가 국가핵심기술을 일부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판정했다”며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포함된 설비배치도, 설비명, 공정명, 공정별 화학물질 공급업체, 화학물질명 등의 정보를 조합해 최적의 공정배치 방법, 제조방법을 유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8세대급(2,200×2,500㎜) 이상 TFT-LCD 패널 설계·공정·제조·구동기술과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패널 설계·공정·제조기술 등 2개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고 있다. 전문위는 기흥공장 작업환경보고서에서는 2개의 기술 모두가, 천안과 아산 2공장에서는 AMOLED 패널 설계 기술, 아산 1공장에서는 8세대급 이상 TFT-LCD 패널 설계 기술이 담겨 있다고 판단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보고서에 매우 상세한 설비배치도를 포함하고 있어 유출 시 경쟁 업체의 공장설치 및 생산성 향상에 활용이 가능하다”면서 “특정 공정에 사용되는 특정 업체의 화학물질명까지 담겨 있어 보고서가 공개되면 후발주자들에게 매우 유리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 공개가 ‘정보기술(IT) 굴기’를 외치며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중국 등 후발 주자들에 추격의 결정적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심지어 “핵심기술이 담겼다고 판단됐던 반도체 보고서보다 더 상세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날 전문위의 이번 판단은 대전고용노동청과 행정소송을 벌이는 삼성디스플레이 측에 유리한 근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는 아산 공장에서 3년간 근무한 뒤 림프암 판정을 받은 근로자가 산업재해 신청을 위해 고용노동부에 보고서 공개를 요청하자 개인정보를 제외한 부분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정보공개를 취소해달라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한편 정부의 공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대전고용노동청을 상대로 지난 4월 대전지법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된 것으로 판정됨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 주장의 설득력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앞서 산업부 반도체 전문위도 삼성전자 기흥공장 등 반도체 사업장 작업환경보고서에도 국가핵심기술이 담겨 있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부가 작업환경보고서 공개를 결정하는 주체도 아니며 정보공개 판단을 내린 고용부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산업부는 산업적 측면에서 국가 핵심기술이 포함돼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말했다.
/박형윤·한재영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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