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피살 자작극을 벌이며 하루 만에 살아 돌아온 러시아 언론인 아르카디 바브첸코(41)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작전의 상세한 내용을 공개했다.
바브첸코는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건물 입구에서 괴한이 등 뒤에서 쏜 총에 맞아 병원으로 후송되던 중 숨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튿날 우크라이나 보안당국은 바브첸코 피살이 그를 러시아 정보기관의 암살 위협으로부터 구하기 위한 조작극이었다고 밝혔다.
바실리 그리착 우크라이나 보안국장은 이날 기자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특수작전을 통해 바브첸코에 대한 살해 시도를 차단했다”고 밝히면서 그를 회견장으로 초대했고 피살된 것으로 알려졌던 바브첸코의 등장에 모두가 경악했다.
바브첸코는 사건 이틀째인 이날 키예프에서 연 별도 기자회견에서 한 달 전 러시아 정보기관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우크라이나 보안 당국의 설명을 듣고 곧바로 작전 참여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안 당국과 조작극을 벌인 것에 대한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 “나의 목적은 살아남고 가족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내가 처음으로 생각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작극을 위해 보안요원과 분장사들의 도움을 받았다면서 보안요원이 총을 쏴 구멍을 낸 셔츠를 입고 돼지 피를 몸에 발라 죽은 시늉을 했다고 소개했다.
그 뒤 사건 현장에서 구급차로 병원으로 실려 가 사망진단을 받았고 곧이어 영안실로 옮겨졌으며 그곳에서 옷을 갈아입고 자신의 피살을 보도한 TV 뉴스를 봤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바브첸코는 이날 “우크라이나 국적을 취득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행정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밝혀 러시아 국적을 포기하고 우크라이나 국적을 취득할 계획을 밝혔다.
종군기자로 활동한 바브첸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과 시리아 내전 개입 등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2016년 12월 페이스북에 러시아 국방부 소속 투폴례프(Tu)-154 항공기가 흑해 상공에 추락한 사건에 대한 글을 올리고, 러시아를 ‘침략자’로 묘사한 이후 살해 위협을 받고 2017년 2월 러시아를 떠났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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