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만들어줄 풍경을 그리는 회화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1937~)를 소개합니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1960년대 영국 팝아트를 대표하는 팝 아티스트이자 사진작가, 판화가, 삽화가, 그리고 무대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업을 해왔습니다.
언제나 자신만의 색감과 분위기를 담은 그림으로 영국 최고의 화가로 손꼽히죠.
영국에서 활동한 호크니는 미국 뉴욕을 거쳐 1964년 캘리포니아로 건너오게 되는데요. 어둡고 칙칙한 영국 북부도시에서 살던 그에게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의 눈부신 햇빛은 그야말로 산소와 같았습니다. 그렇게 밝은 태양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그곳의 수영장, 야자수, 사람들은 그의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특히 집집마다 갖춰진 수영장에 매료된 호크니는 ‘수영장 시리즈’를 발표하며 미국에서 명성을 얻기 시작합니다.
‘비거 스플래쉬’ 말 그대로 ‘첨벙’인 그림을 통해 성공가도의 서막을 열게 됩니다.
햇빛 내리쬐는 여름날, 수영장 안으로 뛰어드는 일은 아이때나 어른이 되어서나 신 나는 일입니다. 평면적인 화면에 물이 튀기는 표현만 움직임이 있는데요.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바로 조금 전에 누군가가 뛰어내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수영장 시리즈는 2006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550만달러(당시 약 68억3,100만원)에 낙찰되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었죠.
나른한 오후의 햇살 속 실타래 같은 물결의 일렁거림이 인상적이네요.
이 작품은 ‘캘리포니아 드리밍’ 시리즈 중 최고로 꼽히는 ‘베벌리힐스 주부’인데요
컬렉터의 집에 있는 수영장을 그리기 위해 붓을 들었다가 시작된 작품입니다. 엣지있는 가구와 미술품을 설치해놓은 모던한 디자인의 거실에 아내 혼자 집을 지키고 있네요. 쓸쓸하지만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호크니만의 시각으로 잘 표현됐습니다.
작업 당시 미국에서는 추상미술이 엄청난 지지를 받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평평한 캔버스에 위에 물감으로 그린 그림에서 3차원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것을 불순하다고 여겼다고 합니다.
그 영향 때문인지 단조롭고 평면적이지만 나름대로 입체적으로 보이게끔 최대한 노력했음을 알 수 있죠.
이렇듯 호크니의 유쾌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잡지 화보를 쓱쓱 넘기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한번이라도 그의 그림을 본 사람이라면 팬이 안 될 수 없죠.
팔순 노장임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호크니, 더욱 오래도록 그의 작품을 만나고 싶지 않나요? 한뼘 미술관 다음회에 만나요.
/이수진기자 ppo198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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