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칼럼]한국에 달린 일본의 미래

문성근 법무법인 길 대표 변호사




일본의 지형을 보면 홋카이도(北海島), 혼슈(本州), 규슈(九州)로 불리는 세 개의 큰 섬이 남북으로 길게 늘어서 있고, 시코쿠(四國) 섬은 혼슈 섬의 중간에 붙어 있다. 이 중 우리나라 경상도보다 좀 더 넓은 땅에 1,500만명의 인구를 가진 규슈 섬은 수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렇다면 국토의 3분의 2와 인구의 85%를 차지해 일본의 근간을 이루는 혼슈 섬은 한국과 어떤 관계일까?

혼슈 섬은 남북의 길이가 약 1,300km(한반도 길이 약 1,200km)에 이르지만 동서의 폭은 평균 200km가 안 된다. 그런데 섬의 중간에 해발 2,000m가 넘는 긴 산맥이 있어 국토를 동서로 나눈다. 그래서 양쪽 지방의 역사, 경제, 문화의 차이는 높은 산과 깊은 골짜기만큼 크다.

예부터 혼슈 서부의 일본인들은 실생활에서 동부의 오사카나 도쿄보다 한국의 부산이나 울산에 더 많이 의존했다. 예컨대 일본 서부의 돗토리(烏取)나 시마네(島根) 지방의 물산을 오사카나 도쿄에 보내려면 남서쪽으로 500리를 항해해 혼슈 섬 남단으로 내려와서 관몬(關門)해협을 지난 뒤 방향을 바꿔 북동쪽으로 1,000리(오사카)나 2,000리(도쿄)를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다 관몬해협의 폭이 700m 정도로 좁아서 큰 배의 자유로운 항해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발 2,000m가 넘는 산을 넘어 물산을 교환하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그렇지만 한국으로 가는 뱃길은 탁 트인 바다라 편한데다, 거리도 500리가 안 될 정도로 가깝다. 이런 환경 때문에 역사적으로 혼슈 서부의 일본인은 흉년이나 기근이 들면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금령에도 불구하고 한국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보면 일본 극우파의 원조로 꼽히는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이나 극우 정치인 아베 신따로(安倍晋太郞) 같은 인물이 혼슈 섬 서부지역 최남단이자 한국과 가장 가까운 야마구치(山口)에서 태어난 것은 우연이 아닌 역사의 필연이다.



혼슈 서부 주민들의 한국의존도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혼슈의 서부해안에는 큰 항구가 없기 때문이다. 혼슈 서부의 대표적인 항구도시인 니가타를 보자. 니가타는 일본 최대의 곡창지대로서 예부터 상공업이 발달했지만 항만의 수심이 얕아서 큰 배의 자유로운 출입이 어렵다. 그래서 이 지역의 물산을 외국으로 보내려면 동부의 큰 항구인 고베나 요코하마를 이용하기보다는 작은 배로 부산이나 울산으로 옮긴 뒤 큰 배로 중국이나 인도, 유럽으로 보내는 게 훨씬 더 빠르고, 경제적이다.

그런데 혼슈 서부 경제의 한국의존도는 미래에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특히 남북교류가 활성화돼 머지않은 장래에 부산에서 자동차나 기차를 타고 중국이나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게 된다면, 일본은 국운을 걸고 한국에 해저터널을 뚫자고 매달릴 것이다. 해저터널이야말로 섬나라의 고립과 소외를 벗어날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도버해협에 건설된 영불해저터널의 예를 보자. 이 터널은 1987년 12월에 착공돼 1994년 5월에 완공됐다. 이 터널의 공사기간은 불과 7년이었지만 역사적으로 영국은 프랑스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수백년간 공을 들였다. 제1차 세계대전은 물론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수도 런던이 독일공군의 무차별 공습을 받고도 변함없이 프랑스를 지지했고, 프랑스의 자유와 인권수호를 위해 기꺼이 영국인의 피를 바쳤다. 그런데 만약 영국이 이토록 공을 들이지 않았다면, 프랑스인들이 과연 영국에게 섬나라의 고립과 소외를 벗어날 기회를 주었을까?

영불해저터널의 길이는 49.4 km이다. 그렇지만 한일해저터널의 길이는 영불해저터널의 서너 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거리는 기술적, 경제적으로 별 문제가 아니지만 국민정서나 과거역사로 보면 한국과 일본의 거리가 너무 멀다. 이런 점을 볼 때, 조선을 침략한 토요토미 가문을 없앤 뒤 300년간 일본을 통치하면서 무엇보다도 조선과의 우호를 중시했던 도쿠가와 막부를 뒤엎고 등장한 근대 일본의 정치세력은 자기네 나라나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바람직스럽지 못한 역사적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따라서 일본의 정치인들은 지금이라도 하루 빨리 과거사의 미몽에서 벗어나 인류의 보편성 및 자유와 인권의 확대라는 세계사의 흐름을 새로이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문성근 법무법인 길 대표 변호사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