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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24/7] 학교전담경찰관 "'울타리 밖 청소년' 울타리 됐어요"

마음의 병 치유 돕고 情 쌓고…위기 청소년 돌봐





“쌤, 제가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지난달 28일 서울지방경찰청이 주관해 학교 밖 청소년 40명과 학교전담경찰관(SPO) 40명이 함께 2박3일 동안 여행을 떠나는 기차 안에서 김성훈(17·가명)군이 담당 SPO인 양병윤 영등포경찰서 경장에게 건넨 말이다. 김군의 표정에서 그늘은 보이지 않았다. 한때 사고뭉치로 학교에서 쫓겨나 구치소까지 들락거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설렘에 들떠 밝은 표정으로 끊임없이 장난을 치는 모습은 여느 10대와 다를 바 없었다. 양 경장은 “성훈이가 얼마 전 검정고시 학원에 등록해 성실히 수업을 받겠다고 했다”며 “대견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SPO는 학교폭력 등 문제를 일으켜 학교에 다니지 못하거나 학교에서 관리 대상이 된 위기의 청소년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경찰이다. 지난 2013년 2월에 도입돼 현재 서울에만 162명의 SPO가 활동하고 있다.

SPO는 학생들의 학교 출결 상황을 점검하고 검정고시 공부도 돕는다. 동생이나 조카처럼 수시로 연락하고 밥도 사주며 ‘정’을 쌓기도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친구를 맺고 어떤 친구들과 어울리는지도 애정의 눈길로 지켜본다. 학교와 가정에서 이탈한 청소년들의 울타리가 돼주고 있는 것이다.

28일 서울지방경찰청 관내 학교·가정 밖 청소년과 학교전담경찰관(SPO)이 함께 떠난 여행에서 김다현(왼쪽), 조재만 구로경찰서 SPO가 남원 광한루에서 청소년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오지현기자


술·담배·학교폭력·조건만남 등 이탈 학생과

수시로 만나며 진심어린 조언…여행·면회도



SPO들의 세심한 도움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올바르게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백형 관악경찰서 경위가 돕고 있는 박민우(가명)군은 소위 ‘일진’이었다. 술과 담배에 손을 댔고 유흥업소도 드나들었다. 하지만 이 경위를 만난 후 달라졌다. 이 경위는 박군이 사고를 쳐 소년분류심사원에 있을 때 부모와 번갈아 면회를 가며 정성을 쏟았다. 심사원은 법원이 소년부에 회부된 사건에 대해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이들을 수용하는 곳이다. 박군은 자주 면회를 왔던 이 경위에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 경위는 현재 박군이 복학할 학교를 직접 수소문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기대 없이 살았던 학생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한때 서울 구로구에서 성인 남성을 상대로 ‘조건만남’을 하던 이진희(가명)양은 담당 SPO인 조재만·김다현 구로경찰서 경장과 수시로 만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경찰관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고민상담을 받기도 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꿈꾸게 됐다. 이양은 현재 학교에 성실하게 출석하면서 간호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 자신의 누나를 흉기로 위협해 대전소년원에 송치됐던 박준수(가명)군은 오치정 마포경찰서 경장을 만난 후 검정고시에 도전해 합격했다. 오 경장이 박군과 함께 직접 마포구청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도울 정도로 정성을 쏟은 덕분이다. 오 경장은 “검정고시에 합격한 후 맛있는 음식을 사주겠다고 하니 소고기 같은 비싼 음식이 아닌 일본 라면이 먹고 싶다고 해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자신이 맡고 있는 학생들에게 변화가 생기고 제 몫을 하는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경찰들도 큰 보람을 느낀다. 공윤성 성동경찰서 SPO는 “SPO가 관리하던 학생들 중에 서울대와 경찰대에 합격한 친구들도 있다”며 “특히 자살까지 시도했던 학생이 저와 만난 후 경찰의 꿈을 꾸고 동국대 경찰행정학과에 진학했을 때는 말로 다할 수 없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28일 서울지방경찰청 관내 학교·가정 밖 청소년과 학교전담경찰관(SPO)이 함께 떠난 여행에서 이백형 관악경찰서 SPO가 공기권총 사격 체험활동을 지도하고 있다./오지현기자


검정고시·학교복귀 등 아이들 새 꿈 키워

비행 탈출 앞장 SPO, 올바른 성장 큰 역할

“쌤, 나중에 돈 벌어 맛있는거 사드릴게요”



단순 학교폭력 학생 관리 차원에 머물던 SPO 운영방식을 학생 스스로 변화하도록 인내심을 갖고 유도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이를 위해 최근 우범송치와 위탁보호위원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범송치제도는 형법에 저촉될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10세 이상의 소년을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해 심리하게 하는 제도다. 2015년 22건에 불과했던 우범송치는 올해 1~4월 43건으로 늘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우범송치제도를 통해 길거리에 방치돼 있는 학생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다”며 “체계적인 상담과 지도로 학생의 변화를 유도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위탁보호위원제도는 가정법원에서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을 맡아 관리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SPO가 위탁보호위원으로 지정되는 경우가 늘었다. 서울 경찰 중 위탁보호위원으로 활동하는 SPO가 70명에 달할 정도다. 경찰 관계자는 “거리에 방치된 청소년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특히 위탁보호위원으로 활동하는 SPO들은 담당 학생의 비행을 감독하고 지도할 권한이 있기 때문에 학생이 위기에 처했을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조치를 신속하게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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