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이태규기자
경제를 볼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착시효과다. 경제활동을 하면서 누구든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들은 당연히 자신들의 피해 사실을 더 널리, 더 크게 알리고 싶어 하고 이 같은 목소리가 확대 재생산되면 마치 경제 전체가 심각한 문제에 처했다고 오인할 수 있다. 잘못된 처방이 내려지고 경제는 타격을 입는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통계다. 전반적인 상황을 가장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보여줘 오판을 줄일 수 있고 적절한 처방전을 이끄는 밑거름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소득주도 성장 강행을 시사하며 경제 통계를 근거로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가계소득을 10개로 나눴을 때 하위 10%가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소득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결과를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하위 10%의 소득만 떨어졌고 나머지 90%의 소득은 증가했다는 통계를 보고받았고 이를 기반으로 소득주도 성장의 강행을 택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관심은 자연스럽게 문 대통령이 봤다는 통계로 쏠린다. 최저임금 때문에 산업계, 소상공인 업계에서는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최저임금을 너무 올려 생활물가가 급등했고 마음 놓고 외식도 못하게 됐다는 자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봤다는 통계는 우리가 ‘집단 착각’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지를 판단할 핵심 수단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통계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통계를 공개해달라는 기자단의 계속된 요청에 “전날 회의에서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는데 비공개로 된 통계자료라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추론컨대 청와대 정책실 차원에서 방침을 정하고 김 대변인은 이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 강행을 시사하며 정부의 홍보 강화를 주문했다. 그는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효과(90%)를 충분히 자신 있게 설명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혈세를 들여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이라는 식의 근거 없는 문구만 버스·지하철·인터넷에 거는 것은 홍보가 아니다. 무엇에 근거해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왜 우리가 소득주도 성장의 길을 계속 가야 하는지 정확한 근거 통계부터 공개하고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먼저다. 이런 식의 폐쇄적 대응으로는 국론 분열만 낳을 뿐이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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