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국의 집값이 지난 2013년 8월 이후 약 5년 만에 처음으로 떨어졌다. 정부의 규제 압박으로 서울 등 수도권의 부동산시장이 침체한데다 공급물량이 급증한 지방의 하락세가 더해지면서 전국 집값의 하락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감정원이 1일 발표한 ‘5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주택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03%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8월(-0.13%) 이후 57개월 만에 첫 하락이다. 전국 주택매매가격 변동률은 올 2월 0.20%를 기록한 후 3월 0.12%, 4월 0.06% 등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특히 주택유형별로 보면 지난달 아파트가 0.15% 내려 연립(-0.02%)과 단독(0.26%)보다 많이 떨어졌다.
지역별로는 지방이 -0.13%를 기록하면서 전월(-0.06%)보다 하락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남(-0.49%), 충북(-0.22%), 충남(-0.20%), 강원(-0.15%) 등 지역경기가 침체되고 공급과잉이 겹친 곳에서 큰 하락세를 나타냈다. 다만 대구는 공급이 부족하고 신규 청약시장에서 활기를 보이면서 집값이 0.26% 올랐다. 이런 대구의 상승률은 전국 광역단위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광주도 광산·남구 등지에서 재개발 사업의 활성화로 0.21% 상승했다.
서울은 0.2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방처럼 집값이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전월(0.31%)보다 오름폭이 크게 둔화됐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건축 부담금 과세, 보유세 개편 움직임 등으로 강남권을 중심으로 약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이번 조사에서 -0.11%를 기록해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만에 하락으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성동구(-0.03%)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반면 마포구(0.60%), 서대문구(0.60%) 등은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직주근접 수요나 개발 호재가 있는 마포구·서대문구·중구 등은 국지적으로 상승했다”면서도 “강남 4구와 성동구 등이 하락하면서 전체적으로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셋값 약세도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5월 전국의 전세가격 변동률은 전월(-0.19%)보다 더 떨어진 -0.28%를 기록했다. 서울과 수도권은 각각 -0.24%, -0.30%로 집계됐고 지방도 0.25%나 하락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순차적으로 효과를 보이며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면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세금규제와 대출규제, 공급물량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안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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