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앞서 5월 혁신성장보고대회에서 “규제는 혁신성장의 걸림돌”이라며 “정부가 자신감을 갖고 더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규제혁신을 추진해달라”고도 했다. 규제혁파가 혁신성장의 키라는 문 대통령의 인식과 처방은 너무도 정확하다. 경제팀도 규제혁파의 중요성을 모를 턱이 없을 것이다.
정부는 ‘J노믹스’가 사람중심의 경제라고 했다. 혁신성장의 성과를 좌우할 규제혁파는 누가 하나. 바로 관료들이다. 법령 하나하나 고치려면 관료의 혁신적인 사고와 발상의 전환, 그리고 적극적인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지금 관료들이 목도하는 현실은 적폐청산에 내몰린 자기부정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규제 하나 잘못 풀었다가 뒷감당은 누가 하냐는 하소연은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규제면책 제도가 도입된들 정권이 바뀌면 또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사정이 이러니 규제프리존이든 규제샌드박스든 무엇 하나 시원하게 규제를 풀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혁신은 리스크 감내가 기본 속성이다. 혁신의 중추인 청년들은 위험부담을 안기보다는 안정된 공무원 일자리를 찾느라 공시에 매달리고 있다. 산업 재편과 기업체질 개선은 대량실업을 낳을까 봐 엄두를 내지 못한다.
공직사회에서 ‘김동연 패싱’은 ‘관료 패싱’과 동의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상식인데도 청와대 참모들이 부정하고 나선다면 일선의 관료들은 설 땅을 잃게 된다. 이러고서 혁신성장의 성과가 더디다고 채근한들 말짱 도루묵이다. 진정 혁신성장에서 성과를 내려면 공직사회가 자신감을 가지고 규제혁파를 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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