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후 ‘종전’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비핵화와 종전선언이 맞물려 함께 논의될 것이라는 운을 띄운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오후 1시께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예방과 함께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 받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의 만남은 90분 간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오는 12일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것. (회담은)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며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공식화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종전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회담에서 종전선언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간 청와대를 비롯해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끝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전망은 계속 나왔었다. 하지만 북미 회담의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선언 전망을 묻는 기자에게 “우리는 그것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며 “그럴 수 있다. 지켜보자”고 여러차례 대답했다. 그는 “한국전쟁의 종전선언은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일”이라며 “우리가 70년이 된 한국전쟁의 종전을 논의한다는 것을 믿을 수 있느냐”고 오히려 기자들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6월12일 빅딜이 시작될 것”이라면서도 “이날 사인(sign·서명)을 하지 않을 것이며, 과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시간을 갖고 천천히 갈 수도, 빨리 갈 수도 있다”며 “하지만 북한은 무언가 일어나길 희망하고 있고 그것을 만들어낸다면 대단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싱가포르에서 12일에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 된다. 같은 이유에서 그는 한 번 이상의 회담이 필요하다는 점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회담이) 한 번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한 번에 (합의가) 성사된다고 하지 않았다”면서도 “결국에는 매우 긍정적인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원하는 제재완화와 군사적 위협 해소에 대한 부담감도 덜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한 뒤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이라는 말이 더는 사용되질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체제보장 문제에 대해서도 “(비핵화 등이) 끝났을 때 안전하게 할 것”이라고 밝히고 “북한은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기존 평가를 되풀이 했다. 다만 대북 원조에 대해서는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있는 나라로, 원조에 많은 돈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이웃국가인 한국, 중국, 일본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친서만 전달받는 자리였는데 북한의 2인자와 2시간 짜리 대화의 자리가 됐다”면서 “대북 제재 등 많은 것들에 관해 얘기했다”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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