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주도한 잠실주공5단지의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을 놓고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조합원들이 일단 당선 설계안을 받아들이고 ‘속도전’을 택했다. ‘성냥갑 디자인’과 ‘단지내 민주광장’ 등의 당선안에 불만을 품은 조합원들은 원점부터 설계를 다시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대다수 조합원이 재건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수용 후 수정’ 방안을 선택했다. 다만, 서울시 공모안 부결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피했으나 현재 설계안에 대한 불만은 여전해 서울시 지침에 따른 공모 설계안을 조합원 기대에 맞춰 수정해나가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2일 송파구 잠신중학교에서 열린 잠실주공5단지 정기총회 현장에는 6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해 1호 안건인 국제공모설계안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당선작을 반대하는 조합원 100여 명은 학교 입구에서부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유인물을 나눠주며 조합원을 설득했다. 총회에 앞서서는 찬반 조합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반대측 조합원들은 “조합원을 위한 재건축이 우선이어야 한다”면서 “당선안의 도시계획도로, 통경축(바람길과 조망권을 위해 비운 공간)과 광장은 과대하다”고 주장했다. 당초 반대측 조합원은 성원 부족으로 인한 총회 부결을 목표로 했지만 참석자가 400명이 넘자 반대표를 던지기 위해 바로 입장했다.
총회장 내에서는 조합장이 국제설계공모안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힘썼다. 조합장은 “35층 층수규제 대신 50층으로 인가를 받으면서 불거진 특혜시비 무마를 위해 서울시와 협조가 불가피했다”며 “계약 후 설계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은 조성룡 건축가와 서울시에 확인받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찬성표를 던지고 나온 조합원은 “지금 외형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조합 말대로 바꿔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며 “지금 40대인데 아버지 세대부터 시작한 재건축이라 이제 또 미뤄지면 자식 세대에나 짓겠다는 것인가”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찬성측 조합원은 “임대주택이나 공원 등 기부채납 비율이 높다고 반대하는 건 이기적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총회 개표 결과 5개의 안건 모두 통과됐다. 관심을 모았던 ‘당선자와의 계약체결 승인’ 안건은 총 2,859명 투표 참여자 중 2,109명이 찬성(서면동의 포함)해 의결됐다. 조합측은 반대 여론에 비해 찬성률 73.7%로 예상보다 높게 나왔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난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조합원들이 수정을 전제로 당선안을 수용했지만, 추후 얼마나 조합원이 원하는 수준의 설계변경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조합은 우선 단지 내 배치계획, 정비계획을 마련해 도시계획위원회 수권소위를 7월 중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조 건축가와 토문엔지니어링이 각각 설계한 국제공모 대상 구역과 주택용지의 설계안을 조합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후에는 구체적인 건축 설계안을 만들어 11월까지 건축심의를 받는다는 목표다. 따라서 11월 건축심의 전에는 그간 조합원이 탐탁지 않아 했던 재건축 단지 외관과 배치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합관계자는 “재건축에 처음 국제설계공모를 하다 보니 공모 결과를 늦게 받는 등 서울시와 업무 협조가 잘 안 돼 그 부분에서 조합원들의 우려와 오해를 산 측면이 있다”면서 “도시계획위원회만 통과되면 조합원들이 원하는 설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