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뜨거운 뉴스는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연속된 반전이었을 것이다. 북한의 전매특허인 줄 알았던 벼랑 끝 전술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란 듯이 구사했고 북한이 고개를 숙였다. 판문점·뉴욕·싱가포르에서 미북 접촉이 숨 가쁘게 이어졌다. 과연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성공적으로 끝날까. 회담이 성공한다고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까. 우리 국민 모두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올 한 해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될 듯하다.
정상회담은 늘 성공한다. 실패할 것 같으면 아예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미북의 벼랑 끝 전술은 회담에 대한 갈망의 표현이자 유리한 결과를 얻으려는 기 싸움이었다. 따라서 정상회담은 열리고 성공으로 포장될 것이다. 그러나 정말 성공했는지는 회담 결과가 나중에 현장에서 나타나야 알 수 있다. 앞으로 미북 협상에서 계속 다뤄질 핵심의제는 세 가지로 예상된다.
첫째, 비핵화 범위다. 미국은 완전·검증가능·불가역적 비핵화를 요구하나 북한은 내심 ‘핵 동결 + 비확산’ 정도로 마무리하고자 할 것이다. 현재 미국 입장에서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미사일은 시험 중지로 해소할 수 있지만 비확산은 북한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완전한 핵 폐기만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 요구대로 핵탄두를 해외로 반출하고 기존 핵보유국처럼 ‘절대 핵 확산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주면 미국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 김정은은 연출된 통 큰 양보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훈장을 주고 비핵화를 적당히 끝내려는 술책을 부릴 것이다.
둘째, 비핵화 로드맵이다. 미국은 처음에는 선 핵 폐기, 후 보상을 주장했지만 현재 정황으로 볼 때 북한의 단계적 방안을 일부 수용할 가능성이 많다. 그렇다고 ‘비핵화 단계를 잘게 쪼개어 단계마다 보상’을 하는 6자회담 식 실패한 모델을 미국이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 북한도 이 방식에 집착하면 정상회담이 무산되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셋째, 북한이 원하는 보상 범위이고 두고두고 여기서 가장 첨예한 갈등이 있을 것이다. 먼저 경제적 보상 면에서 구체적인 액수는 정하기 어려워도 ‘최대한 경제 지원’을 한다는 원칙은 쉽게 합의될 것이다. 미북 불가침협정과 수교, 평화협정 체결 등 외교적 보상도 큰 이견이 없을 듯하다. 그러나 북한이 적대시 정책 철회와 평화협정을 명분으로 연합훈련 취소와 주한미군 철수 등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요구를 해올 경우, 첨예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북한이 체제보장을 빌미로 인권문제를 제기하거나 체제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도록 요구하면 갈등은 극(極)에 달할 수 있다. 국제사회로 나올수록 북한 정권의 불합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은 높아질 것이고 미국 국민 역시 인권을 짓밟는 독재정권을 용납한 적이 없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기는 어렵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경제적 번영보다는 체제 안전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경제 문제는 국제제재만 풀리면 과거처럼 중국 위주로 통상을 하고 개성공단 같은 격리된 경제특구만 여러 개 있으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2차 세계대전 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제외한 모든 독재정권은 내부 모순으로 붕괴했다. 북한 역시 체제 위협은 외부보다 내부로부터 올 가능성이 높다. 괜히 더 잘살아 보겠다고 외부와 교류를 확대하다가는 세습왕조체제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중국 역시 북한이 개방에 나설수록 대북 영향력이 줄어들 것을 걱정할 것이다. 두 번에 걸친 북중 정상회담에서 이를 공감하고 미국에 요구할 보상 내용에 대해 합의했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 연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중 정상회담 후 김정은의 태도가 변했다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불평했을 것이다.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성과를, 김정은은 실리를 얻을 수 있으므로 성공적으로 끝날 것이다. 그러나 화려한 행사 뒤에 숨은 디테일의 악마를 잘 관리해야 비핵화와 진짜 평화를 이룰 수 있다. 합의가 우리에게 불리한 것은 없는지, 제대로 실천되는지를 눈을 부릅뜨고 살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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