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를 두고 미중 간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 최대 연례 안보행사인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도 설전을 주고받으며 정면으로 맞섰다.
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허레이 중국 군사과학원 부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남중국해 문제를 무책임하게 떠드는 것은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 행위”라면서 “남중국에서 중국의 군사화를 반대하며 목소리를 내는 자들이 오히려 실제 군사화에 착수하고 있다”며 미국을 정면 겨냥했다. 그는 “중국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남중국해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남중국해 섬에서의 방어시설 설치는 국제법에 따른 합법적인 주권 행위로 이 지역을 군사화하고 지역 안보를 해치려는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허 부원장은 그러면서 “중국 정부와 중국인들은 미국의 이런 행위(항행의 자유 작전)에 강력히 반대하며 이를 막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 부원장의 강성 발언은 전날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최근 남중국해 인공섬에 첨단 무기를 배치하는 중국에 대해 “이런 무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이웃 국가를 겁주고 협박하려는 군사적 목적”이라면서 “미국은 중국과 건설적이고 성과 지향적인 관계를 지속해서 추구하겠지만 필요하다면 강력하게 승부를 걸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을 정면으로 맞받아친 것이다.
외신들은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이 남중국해에 군사적 야욕을 드러내며 군사적 충돌이 빈번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대상 지역에 잇따라 군사기지를 구축한 중국은 지난달 18일에는 인공섬에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H-6K 폭격기 이착륙 훈련을 처음 실시하는 등 최근 들어 군사적 도발로 미국을 자극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지난달 27일 군함 두 척을 투입해 파라셀제도 12해리 이내 수역을 통과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며 맞대응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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