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마무리된 감리위는 세 차례나 열렸으나 명확한 결론을 못 내렸다. 8명의 위원 중 분식회계에 손을 들어준 위원이 4명,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한 위원이 3명으로 나뉘었다. 1명은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고의적 분식부터 무혐의까지 위원들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고 한다. 그만큼 전문가들조차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는지 여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증선위 역시 수차례 회의를 거쳐 이달 중순이 넘어야 최종 판단이 나올 공산이 크다.
일부에서는 시장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 증선위 심의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모양이다. 하지만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충분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증선위의 결정이 삼성바이오로직스라는 개별 회사를 넘어 한국 바이오 산업의 앞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증선위에서는 회계 관련만 아니라 산업 측면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바이오 산업의 특성을 면밀히 살펴봐야 논란의 핵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변경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바이오 산업은 신약 승인 등의 호재가 있기 전에는 실적 변화가 없다가 승인 후 기업가치가 급격히 높아지는 특성이 있다. 바이오는 통상 의미 있는 매출이 나오기까지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는 등 호흡이 긴 산업이다.
이런 점 때문에 신약 승인 허가가 떨어지지 않더라도 바이오시밀러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가치평가를 산정해 미리 회계에 반영하는 경우가 흔하다. 선진국들도 이런 바이오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다른 업종과 달리 평가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증선위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