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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스트 강연 논란에 연세대 총여학생회 '존폐 결정' 투표

재개편 총투표…"왜 전체 학생회비로 운영하나" vs "사실상 폐지 요구"

연세대학교 위당관 대강당 앞에서 학생들이 성 칼럼니스트 겸 작가 은하선 씨의 강연을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출처=연합뉴스




총여학생회(총여)의 존재 의의를 놓고 격론을 벌인 연세대 학생사회가 학생 총투표로 총여의 앞날을 결정키로 했다.

4일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비대위는 전날 오후 ‘총여학생회 재개편 요구의 안’을 학생 총투표에 부치기로 하는 공고를 발표했다. 연세대 총학생회칙에 따르면 학생 총투표는 총학생회 회원 1/10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실시 가능하다. 최근 총여 재개편 요구안에 3,000 여명이 서명해 총학생회 회원 2만5,736명의 10%를 넘기면서 총투표가 열렸다.

비대위는 “학생 총투표는 10일 이전에 공고하며, 긴급한 경우 5일 이전에 공고할 수 있다”며 “4일 있을 정기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논의 후 일정을 공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총여 재개편 논의는 총여가 지난달 24일 페미니스트 강사 은하선 씨의 교내 강연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일부 학생들은 은 씨가 십자가 모양의 자위 기구 사진을 개인 SNS에 게재한 점 등을 들어 기독교 학교인 연세대와 맞지 않는다고 강연 개최를 반대했다. 하지만 연세대 총여학생회가 은 씨 강연을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강연 당일에 강연장 앞에서 시위가 벌이지기도 했다. 급기야 강연 다음 날인 25일 ‘총여학생회 재개편 추진단’이라는 기구도 꾸려져 총여의 명칭 변경, 구성원 확대 등의 사안을 내걸고 총여 재개편이 필요하다며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추진단 등 현행 총여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여학우에게만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있는 총여를 전체 학생들의 학생회비로 운영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현행 총여를 가칭 학생인권위원회 등으로 재개편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자 페이스북에는 ‘우리에게는 총여학생회가 필요하다’는 페이지가 생겼다. 이 페이지는 “성폭력 방지 등 현재 총여가 수행하는 일들은 다른 단체에서 진행하기 어렵다”며 “학생인권위원회가 필요하다면 추가로 신설해야지 총여를 재개편하자는 것은 실질적 폐지 요구”라고 지적했다.

격론 와중에 연대생 익명 커뮤니티인 페이스북 ‘연세대학교 대나무숲’이 은 씨 강연을 비판하는 글을 신속하게 게시하지 않았다가 고의로 게시를 지연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 커뮤니티가 일시 폐쇄되는 소동도 일었다. 또 한 단과대 학생회 단체 채팅방에 은 씨 강연에 반대하는 남학생의 사진이 올라오고 학생회 간부가 모욕적인 표현으로 이 학생을 지칭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됐다.

연세대 총여학생회 ‘모음’은 지난달 25일 입장문을 발표해 “총여학생회의 소통과 피드백이 원활하지 않았던 점에 대해 사과한다”며 “빠르게 공개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못했던 총여학생회의 실책”이라고 밝혔다. 총여의 방향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학생 총투표는 회칙에 따라 이르면 주말께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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