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서는 춤을 추면서 스트레스도 풀 수 있어요. 해외의 유명한 DJ들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것은 덤이고요. ‘월디페’ 뿐 아니라 울트라 코리아에도 갈 예정이죠.”
올 여름 EDM(Electronic Dance Music, 춤을 추기 위해 만들어진 전자 음악)의 기세가 뜨겁다. 빠른 박자로 흥을 이끌어내는 EDM은 트로트 가수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에 이어 박수홍, 강호동에까지 접목을 시도하는 등 ‘대세’를 증명하고 있다.
특히 올해 7회를 맞이하는 EDM 대표 페스티벌 ‘울트라 코리아’에 세계 최정상급 DJ들이 한국을 찾는다. 오는 8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울트라 코리아’는 매년 10만명이 넘는 관객이 찾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올해는 지난 페스티벌과 달리 하루를 더 연장해 사흘간 공연이 진행된다. 주최측은 하루 6만명이 넘는 관객이 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12주 연속 1위 대기록을 세운 히트곡 ‘클로저’의 체인스모커스가 헤드라이너로 포함됐다. 체인스모커스는 방탄소년단의 미니앨범 ‘러브 유어셀프 승 허’의 수록곡인 ‘베스트 오브 미’를 공동작업했다. 레이디 가가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은 제드, 50세가 넘었지만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다비드 게타도 함께 한국을 찾는다.
이에 앞서 지난달 26~27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개최된 ‘2018 서울월드디제이페스티벌(이하 월디페)’은 양일간 8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을 과시했다. 관객들은 저마다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복장을 갖춰 입고 페스티벌을 찾았다. 콘셉트도 다양하다. 발레리나부터 호피무늬, 심지어 태극기도 찾아볼 수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옷을 맞춰 입고 온 경우도 잦았다. 태극기를 두르고 ‘월디페’를 찾은 30세 여성은 “해외 페스티벌도 자주 가는 편인데, 해외에서 유명한 DJ들이 한국을 찾는 만큼 한국의 이미지를 더 강조하고 싶어 태극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올해 EDM의 뜨거움에 비해 한때 젊음의 상징이었던 ‘락페’는 주춤하다. 2009년부터 매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은 올해 열리지 않는다.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은 지난해 EDM과 힙합 뮤지션을 라인업에 포함하고 미술 작품을 전시했지만 전년 대비 3만명이 준 6만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올해는 8월 인천에서 열리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만이 명맥을 이어간다.
EDM의 약진과 락페의 퇴조엔 이유가 있다. 이택광 경희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과거 ‘락페’에서 ‘EDM’ 페스티벌로 대세가 바뀐 것에 대해 “페스티벌의 주 수요층인 20대가 락에 비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EDM으로 관심을 바꾼 것에 원인이 있는 것 같다”며 “한국의 ‘락’ 신에서 새로운 신인을 발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도 ‘락페스티벌’이 쇠퇴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어 “싸이가 ‘강남스타일’으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며 더불어 해외의 EDM에 대한 국내의 관심도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국내 축제 산업 규모를 무시하고 대형화에 집중하는 풍토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락페의 경우 지나치게 대형화된 축제들을 중복해서 개최했던 게 유행이 바뀌며 독이 된 사례”라며 “몇만명이 운집하는 락페 대신 자연과 함께하는 페스티벌 등 다양한 작은 축제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대형화된 페스티벌 대신 각자의 취향에 맞는 소소한 축제들이 더 늘어나는 추세라는 의미다. 그는 현재의 EDM페스티벌의 유행에 대해서도 “현재는 EDM이 세계적으로 트렌드를 주도하는 음악의 장르인만큼 서울에서 여러 개의 대형 페스티벌을 유지할 수 있지만, 유행이 바뀌면 EDM도 ‘락페’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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