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두고 정부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있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분석이 아닐 수 없다. 앞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저임금 문제와 고용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강변한 바 있다. 고용악화를 인구구조 탓으로 돌린 청와대 참모도 있었다. 국내 싱크탱크 가운데 가장 권위 있는 KDI가 민감한 정책 이슈에 대해 피해가지 않고 제 목소리를 낸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보고서 내용도 자못 충격적이다. KDI는 정부가 대선 공약대로 최저임금 인상 과속을 밀어붙인다면 앞으로 2년 동안 24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해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30만개 정도 되는 상황에서 2년 동안 24만개가 줄어든다는 것은 가히 쇼크다. 연간 일자리의 절반쯤이 최저임금 인상 하나만으로 날아가버린다면 다른 일자리정책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쯤 되면 일자리 정부가 아니라 일자리 파괴 정부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KDI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며 인상폭을 조절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든 정책에는 양지와 음지가 있기 마련이다. 최저임금 인상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런 부정적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는 것이 현실 정책이다. 독일이 최저임금을 우리나라처럼 매년 조정하지 않고 2년마다 한 번씩 인상하는 것은 그래서다. 지향점은 이제 분명해졌다. 최저임금은 인상 영향과 효과를 봐가며 추진 속도를 늦춰야 한다. 무엇보다 청와대 경제 참모부터 최저임금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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