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근로자와 운전기사 등에게 상습적으로 폭언하고 손찌검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희(69) 일우재단 전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오전 이 전 이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고 이날 오후 11시 넘어 이 전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 일부의 사실관계와 법리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들과 합의한 시점 및 경위, 내용 등에 비춰 피의자가 합의를 통해 범죄 사실에 관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볼 수 없다”며 그밖에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대기 중이던 이 전 이사장은 영장이 기각되자 오후 11시 40분께 풀려났다. 이 전 이사장은 심경을 묻는 질문에 “죄송하다.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했느냐’는 질문에도 거듭 “죄송하다”고만 답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31일 이 전 이사장이 혐의를 부인하는 데다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특수상해 등 7개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은 2011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피해자 11명에게 24차례에 걸쳐 폭언을 퍼붓고 상습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해 재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법원이 이 전 이사장의 영장을 기각하면서 경찰 수사에 어느 정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법원이 구속 사유인 증거인멸이나 도망 염려뿐 아니라 영장에 적시된 일부 사실관계나 법리에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또 이번 영장 기각으로 전방위로 진행 중인 한진그룹 수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 단계에서 기각된 바 있다. /장유정인턴기자 wkd132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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