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종서 그리고 인간 전종서의 모든 것
이창동 감독이 오디션으로 발굴해 낸 신예 배우 전종서는 ‘버닝’을 지칭하는 또 다른 제목으로 “이제 진실을 이야기해봐”라고 말했다.
“‘버닝’이란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 바로 ‘버닝’이란 제목에 담겨 있는 것 같아요. ‘당신은 진실을 알고 있는데 ’쉬쉬‘하는 거잖아요’ 란 의미랄까. 거기에 대해 정곡을 찌르는 거죠. 그래서 ‘버닝’과 함께 ‘이제 진실을 이야기해봐’란 제목이 떠올랐어요.”
‘버닝’은 이창동 감독이 젊은 세대들의 이면에 눈을 돌린 작품이다. 이창동 감독은 “지금 젊은이들은 자기 부모 세대보다 더 못살고 힘든 최초의 세대다. 지금까지 세상은 계속 발전해왔지만 더 이상 좋아질 것 같은 느낌이 없다. 요즘 세대가 품고 있는 무력감과 분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버닝’의 시작을 전했다.
전종서는 극 중 해미 역을 맡아 흔들리는 청춘을 대변한다. 실제로 20대 청춘인 그는 이 감독이 ‘청춘’을 소재로 택한 이유에 대해 공감했다.
“부모님은 우리 세대를 이해하지 못해요. 왜 그렇게 비싼 커피를 먹어야 하는지, 카드는 왜 그렇게 긁어대는지 이해하지 못해요. 그 이유에 대해선 알려고 하지 않아요. 감독님은 이런 청춘의 모습에 눈을 돌린 거죠. 사소한 것들에서 비롯되는 억울함과 분노, 자책감,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는 갈등 등 그런 상황이 느껴지는 영화라 공감이 됐어요.”
전종서는 데뷔작 ‘버닝’으로 거장 이창동 감독과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거머쥐었다. 이것만이 아니다. 꿈의 무대라 불리는 칸 영화제 레드카펫도 밟았다. 하지만 전종서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는 지금의 현실이 흥미롭다고 했다.
그는 “제 인생이 절 어디로 데려갈지 몰라요. 그게 행복할 것 같아요. ”라고 특별한 소감을 말했다.
“꿈의 무대라고 하는데 각자에게 의미하는 장소가 다른 것 같아요. 작년, 아니 반년 전까지만 해도 제가 이렇게 기자분들과 인터뷰를 이렇게 하고 있을지 몰랐어요. 전 배우가 되고 싶었다고 자신있게 말하기 보단, 계속해서 ‘연기’ 그 언저리를 서성거렸던 것 같아요.”
“제가 배우 일을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지도 정확히 말 할 수 없어요. 앞으로도 제 앞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예측 할 수 없잖아요. 그게 연기를 계속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들으시는 분도 계셨어요. 상대의 말에서 오해를 가져가는 분, 혹은 오해를 만들고 싶어하는 분도 있는거잖아요.”
‘배우’ 일에 대해 제대로 생각한 건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그지만 연기를 배울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는 배우이다. 그는 ‘연기를 배운다’는 말 보단, ‘제가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도움이 주는 곳’에 대한 갈증이 컸다고 털어놨다. 연극영화과를 그만둔 전종서는 대신 스스로 연기 선생님을 찾아다녔다.
“많이 배울 수 있는 사람을 따르구요. 그러던 중 배움을 경험하게 해주는 선생님을 만났어요. 그게 흔히 말하는 ‘가르치고 배운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제가 어떤 걸 갖고 있는지, 그게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그 것에 대해 정확하게 보시는 분이세요. 또 제가 어떤 매력이 있는지, 어떤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관찰해주시는 분입니다. 절 알아봐 준 분이세요.“
전종서의 삶의 철학은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이다. 그렇기에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고 말한다.
그는 “모든 사람은 존중받을 권리가 있어요. 그런데 그게 무너지면 사고가 생기는거죠. 피해자가 생기고 가해자가 생기는 게 거기서 시작된다고 봐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내 스스로 인격을 존중하는 방법을 알아야 상대방도 존중할 수 있다고 봐요. 저도 제 스스로를 존중하려고 해요. 그런 자세를 놓치지 않으려고 하고, 정정당당하려고 해요. 잘못된 건 확실하게 잘못했다고 말하면서 용서를 구하는 편이고, 사과 할 부분에 대해선 분명하게 사과를 하려고 해요. 사과를 받아야 할 입장이라면 정확하게 잘못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요. 배우라고 해도, 그 사람이 배우이기 전에 사람으로 존중 받아야 하는 거 잖아요. 그게 ‘인격’인 거고.”
전종서는 지금의 매니지먼트 ‘마이컴퍼니’ 역시 그런 의미에서 최적의 회사였다고 했다. 사람을 존중하는 회사라 주저없이 선택했다고 한다. 또한 ‘인간에 대한 존중’이 너무나 당연하게 자리 잡은 영화 ‘버닝’ 현장이 좋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올곧은 신념을 지닌 배우 전종서는 ‘스스로 주체적인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저와 가치관이 맞는 회사를 찾기 위해 2년 정도 여러 회사 관계자분들을 만났어요. 제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떠한 도전을 내밀어도 그것을 수용할 수 있을만한 열린 분을 원했어요. 저 역시 그런 분을 만나면 믿음을 줄 수 있어요. 절 필요로 하는 회사, 저한테 필요한 사람을 만나서 필요한 작품까지 만나게 됐어요. 제가 없어져버리거나 기계적이 되는 순간을 가장 경계해요. 그럴 땐 방어적이 되고 공격적이 돼요. 저를 지키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라고 할까요.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주체가 되는 배우로 천천히 나아가고 싶어요.”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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