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윤호근)이 선보이는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이 6월 28일 LG 아트센터에서 막이 오른다.
프란츠 레하르의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은 20세기 초 미국 뮤지컬계에 빈 오페레타 붐을 일으킨 걸작이다. 가상의 작은 나라 폰테베드로에서 파리로 이주한 은행가의 미망인 한나의 재혼을 막으려는 과정의 포복절도할 해프닝을 그렸다. 남편에게서 물려받은 한나의 막대한 유산은 폰테베드로 총 재산의 절반이다. 이런 한나가 프랑스 남자와 결혼해 재산이 프랑스로 넘어가면 폰테베드로 전체의 경제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폰테베드로 정부는 파리 주재 폰테베드로 대사관에 한나의 재혼을 막으라는 명령을 전달한다.
독일어로 작곡되어 1905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쉽고 재미있는 스토리와 빈 오페레타 특유의 우아하고 달콤한 멜로디, 폴로네즈, 마주르카, 왈츠 등의 춤곡과 어우러지는 화려하고 매혹적인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초연 이후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907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총 52주간 416회 연속 공연되며 미국 뮤지컬계에 빈 오페레타의 붐을 일으킨 전설적인 작품으로 미국 초창기 뮤지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입술은 침묵해도’, ‘빌랴의 노래’, ‘오, 조국이여’ 등 익숙한 선율의 귀에 감기는 아리아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뮤지컬의 재미와 화려함을 뛰어 넘는 오페레타만의 색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특히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고 일컫는 남과 여의 극복할 수 없는 차이와 영원한 투쟁을 주제로 삼아, 양성 간의 첨예한 대결과 대립이 사회적 문제가 되어버린 우리 시대 관객들에게도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국립오페라단이 새롭게 제작하는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에는 빈 정통 오페레타의 진수를 보여줄 마에스트로 토마스 뢰스너, 연극과 오페라 무대를 오가며 탄탄한 연출력을 갈고 닦은 베테랑 연출가 기 요스텐이 합류한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고 자란 지휘자 토마스 뢰스너는 타고난 “빈 왈츠” 감각을 가진 지휘자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정통과 명성의 드레스덴 젬퍼오퍼가 요한 슈트라우스 <박쥐>, 프란츠 레하르 <유쾌한 미망인>을 위해 초청하는 단골 지휘자이며 세계 여러 극장으로부터 빈 오페레타 전문 지휘자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연출가 기 요스텐은 벨기에 겐트에서 태어나 극장 화가였던 할아버지, 연극배우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연극과 오페라 연출의 길로 접어든 타고난 연출가이다. 1991년 빈 부르크테아터에서 스웨덴 작가 라스 노렌의 <밤, 낮의 어머니>를 연출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29세의 젊은 나이로 독일 연극의 명문 함부르크 탈리아극장 예술감독으로 취임해 화제를 모았다. 1991년 네덜란드 안트베르펜 오페라극장에서 로시니의 <신데렐라>로 오페라 무대와 첫 인연을 맺은 후 유럽 전역의 오페라극장에서 모차르트부터 슈트라우스까지 다양한 오페라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2005년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출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이번 국립오페라단 <유쾌한 미망인>에서 <메리 위도우>라는 제목의 영어판이 지닌 경쾌함과 화려함을 무대 위에 구현하면서도 원작인 독일어판이 지닌 냉소와 비판적 시선을 절묘하게 표현한다. <유쾌한 미망인>의 텍스트에서 대사관이라는 사회적 공간과 그곳에 존재하는 인물들의 ‘권태’로부터 ‘게임’을 이끌어내고, 인간의 은밀한 욕망이 드러나는 ‘밤’이라는 상황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가운데 재치있고 유머러스한 웃음의 코드를 풍성하게 살릴 예정이다.
노래는 물론 독일어 대사와 춤, 유머코드까지 소화해야 하는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 무대에는 뮤지컬 스타 못지않은 오페라 무대의 만능 엔터테이너들이 총출동한다.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미망인 한나 역의 바네사 고이코에체아는 스페인계 미국 소프라노로 화려한 외모, 탁월한 독일어 딕션, 유머를 이해하는 탁월한 감각으로 오페레타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2013-14 시즌부터 드레스덴 젬퍼오퍼, 2017년 드레스덴 슈타츠 오페레테 등 독일 극장 오페레타 무대에서 맹활약 중이다.
또 한 명의 한나 역 소프라노 정주희는 취리히 오페라하우스 스튜디오를 거치며 탄탄한 실력을 쌓아왔으며 귀국 후 <마탄의 사수>, <파우스트>, <맥베드>, <루살카> 등 다양한 작품의 주역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나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상처로 안고 한량으로 살아가는 젠틀맨 다닐로 역은 바리톤 안갑성과 김종표가 맡는다. 폰테베드로 대사 제타 남작의 부인이지만 카미유와의 밀회를 즐기는 사랑스러운 파리 여인 발랑시엔 역은 소프라노 김순영과 한은혜가 맡는다. 그와 호흡을 맞추는 제타 남작 역은 바리톤 나유창이 맡고 매력적인 파리의 젊은 외교관 카미유 역은 테너 허영훈과 이원종이 맡는다. 이외에도 바리톤 이두영, 김원, 이혁, 김요한, 소프라노 장지애, 메조소프라노 김향은, 김보혜, 베이스 정민성이 출연한다.
한편,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은 6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LG 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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